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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말도 심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오피니언

[빛과 소금] 말도 심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3/15 11:12 수정 2016.03.15 11:05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맹인 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푯말이 놓여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음,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임”

수많은 행인은 푯말을 본체만체 무심히 지나칠 뿐 맹인 앞에는 빈 깡통만 애처롭게 뒹굴고 있었다. 그때 그 앞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그 푯말을 보고 측은히 서 있다가 푯말 뒤쪽에 무언가 새로이 적고 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무심히 맹인 앞을 지나가던 시민이 그에게 돈을 건네고, 애정 어린 격려의 말까지 던져주고 가는 것이었다. 새로운 푯말에는 적힌 글귀는 이랬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말 한마디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도 있듯이 제대로 된 말의 힘이 가진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힘들고 어려울 때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선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언제부턴가 말이 비수가 되고 폭력이 돼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특히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 파동에 국민은 식상해하고 있다.

반상(班常)이 엄격하던 시절 양반 둘이 김 씨네 푸줏간에 들어섰다. 한 양반은 “이봐 백정, 쇠고기 한 근 줘”라고 말했고 다른 양반은 “이보게 김 씨, 나도 한 근 주시게”라고 말했다. 백정은 말없이 한 근을 달아 먼저 양반에게 줬다. 그리고 다른 양반에게는 “어르신, 여기 있습니다”하며 육질 좋은 고기를 공손히 건넸다. 먼저 양반이 “왜 고기가 다르냐?”며 화를 내자 백정은 이렇게 답했다. “그쪽은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쪽은 김 씨가 자른 것이라 그렇습니다”

부주의한 말, 내키는 대로 쏟아놓은 말은 남에게 불쾌감을 심어준다. 격한 감정과 거친 분노를 그대로 분출하는 말은 당사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쉽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내키는 대로 내뱉는 말은 오물처럼 내면의 환경을 더럽힌다. 그런 말은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목숨마저 앗아간다. 인터넷 댓글에 충격을 받아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에 상대를 존중하는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마음속에서 삭히고 정제돼 나오는 배려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 서로를 잘 엮어준다. 힘을 주는 말, 격려가 담긴 말, 위로의 말, 따뜻함을 지닌 말, 품격 있는 말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춘분은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 절기다. 이 봄에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면서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칭찬과 격려, 이해와 배려의 말을 자주 해 보자. 그런 말은 좋은 씨앗이 돼 때가 되면 좋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것이다. 무엇을 심든지 심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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