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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매화가 꽃잎을 열고 어리지만 쑥들이 지천으로 널려 피는 모양새를 보면 계절의 흐름이 놀랍기도 하고 그 정확한 운행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네 삶과 인생이란 것도 신의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정해진 절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왜 그리 아등바등 피 흘리며 살자고 작정들 하는지…. 오늘은 기어코 답을 내고 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천지가 쑥대밭입니다. 단지 쑥이 무성히 우거졌다는 해석보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못쓰게 된 땅’이란 비유적인 의미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곳도 양산 동면 사송ㆍ내송 일대 대단지 택지개발이 예정돼있는 주변지라 땅값이 뛸 준비가 된 지역이라고 봐야 합니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 심은 대로 거둔다는 의미겠으나 요즘은 땅도 ‘거짓말’을 잘하는 시대입니다. ㎥당 160원하는 땅이 있는가 하면 8천300만원에 이르는 땅이 있으니 땅 팔자도 사람 팔자와 별반 다르지 않나 봅니다.
마음 치유하자고 나선 쑥대밭에서도 땅값 생각하고 부동산을 생각하니 이 무슨 옳지 못한 처사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비워야하는데 이런 계산만 늘 두드리고 있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이곳은 그냥 이대로 두면 참 좋을 텐데 땅 팔자가 어떻게 또 바뀔지….
쑥대밭을 지나던 중 두꺼비 두 마리가 다정합니다. 한 마리가 놀라 작은 틈새로 도망가느라 바쁩니다. 두꺼비는 저를 보고 꼭 아이같이 눈만 가리면 다 가려진줄 아는 것처럼 머리만 쳐 박고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마침내 혼자 숨는데 성공했습니다. 암컷이 틈새를 잘 들어가도록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만약 암컷이라면 틈새를 향한 수컷은 철없는 사나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제 갈 길을 가도록 길을 터 줬는데 틈새를 향해 열심히 기어가고 있습니다.
배려란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애쓰는 마음’입니다. 저희 집 강아지는 모자 관계인데 이 녀석들조차도 배려에 익숙합니다. 새끼 눈에 낀 눈곱도 핥아주고 어미가 잠들면 옆에 지그시 와서 함께 잠을 청하는 새끼를 보면 그 모습들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하물며 미물인 두꺼비조차도 그런 배려를 아는 세상인데 사람살이에 오히려 배려를 빼고 살아야 한다면 너무 재미없는 세상이 될 듯합니다.
오늘 그 ‘배려’를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많이 편안한 하루가 됐습니다. 행복이란 ‘배려하고픈 이가 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