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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ㆍ원도심지역 활성화 사업
신도시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나
마을에 대한 가치부터 재발견해
주민 스스로 자부심을 회복해야
‘나홀로 입학식’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농촌ㆍ원도심지역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올해 원동초 이천분교 입학생은 단 한 명이었다. 이미 양산지역에는 원동초 이천분교ㆍ원동초ㆍ좌삼초ㆍ용연초ㆍ원동중 등 5개 학교가 교육부 통ㆍ폐합 기준에 따라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 비단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원도심지역 역시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가 하나 둘 사라질 위기다.
농촌ㆍ원도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양산시는 농촌ㆍ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해마다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저마다 농촌ㆍ원도심지역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내세운 공약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공약을 실천할 수 없다는 비관이 아니라 공약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금껏 농촌ㆍ원도심지역 활성화에 대한 접근은 ‘신도시에 대한 동경’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상대적으로 훌륭한 도시기반시설을 갖춘 신도시처럼 농촌ㆍ원도심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을 개량하고, 도로를 확충하고, 주차장을 늘리고…. 이런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재개발’에 대한 환상이다. 서울시는 한때 대부분 원도심지역을 뉴타운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유행처럼 번져 국회의원 선거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결국 뉴타운 개발이라는 장밋빛 계획은 실현가능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역주민을 지역에서 몰아내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했다.
농촌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농촌지역에 이뤄지는 각종 개발사업은 땅값을 올려 일부 지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긴 했지만 대다수 고령화된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인들이 농촌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농촌ㆍ원도심지역은 정말 희망이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시도가 대부분 실패한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농촌ㆍ원도심지역 활성화에 대한 접근이 신도시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농촌ㆍ원도심지역이 신도시지역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상이다. 이 현실을 바로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농촌ㆍ원도심지역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일본 큐슈 작은 마을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으로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후쿠오카시에서 기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산골마을은 굳이 양산과 비교하자면 원동면과 닮은 곳이다. 해마다 관광객 수백만명이 찾는 산골마을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주민 스스로 찾아낸 ‘마을의 가치’다.
몇 해 전 농촌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유후인을 찾아 취재한 적이 있다. 유후인은 대규모 호텔이 즐비한 벳푸 인근에 있다. 하지만 주민은 앞서 개발한 벳푸를 부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벳푸와 반대로 건물 층수와 높이를 제한해 대규모 호텔이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벳푸가 온천단지로 명성을 떨치면서 외부에서 몰려든 자본으로 화려한 호텔이 들어섰지만 정작 지역주민은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놀랐던 것은 유후인 도시계획이었다. 한국에서 늘 보던 도시계획은 각종 수치와 통계, 그래프, 도면으로 가득 차 있지만 유후인 도시계획에는 마을 골목길별로 그려진 스케치와 앞으로 그 골목을 어떤 모습으로 가꿔갈 지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빼곡하게 담고 있었다. 무너진 돌담길을 어떻게 복원하고, 가로수는 어느 곳에 심고 관리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세심한 부분까지 주민 의견이 방영됐다.
유후인이 유명해지면서 이곳에도 외부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부인이 유후인에 정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주민이 늘어나 목표했던 마을 살리기가 성공했다는 증거기도 하다. 하지만 마을 살리기에 나서면서 함께 공유했던 ‘마을의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어 걱정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외부인과 마을 주민을 구분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가게 앞에 가판을 내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온 사람이고, 가게 앞에 화분을 내놓고 꽃을 가꾸는 사람은 마을 주민이죠”
유후인 사례에서 농촌ㆍ원도심지역 활성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 꿈같은 일은 아니다. 신도시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농촌ㆍ원도심지역 활성화에 접근하는 것은 농촌ㆍ원도심지역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태도다. 지역에 대한, 마을에 대한 가치를 먼저 살펴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일은 주민 스스로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일에 지자체와 정치권의 관심이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