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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미숙한 엄마..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미숙한 엄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3/29 10:11 수정 2016.03.29 10:11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자녀를 낳고 키우고 하는 일은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보통 일은 아니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절대 수월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 대단한 것을 하느라 어렵게 느낀 것은 아니다. 남들이 하는 만큼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교 보내주고 이게 전부다.


특히 첫째 아이를 키우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다. 엄마가 될 준비 없이 엄마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내가 낳은 아이였지만 양육하는 일은 부담스러웠다. 어찌하여 키우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서툴렀다. 자녀양육 서적에 의존해 아이를 키웠다. 그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고 책에 아이를 맞춰 키웠다. 아이 신체 성장에 대해서만 기술해놓은 책이었다. 아이 정서, 심리 부분은 빠져있는 책이었다. 아들이 7세 될 때까지 책에 의지해 서툴게 키우고 있었다.


그해 나와 남편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로 예쁜 딸을 낳았다. 딸을 보고 난 후 가족과 지인들도 모두 한결같이 같은 말을 했다. ‘어떻게 엄마와 아빠 사이에 이리 예쁜 딸이 나올 수 있는지’ 라며 다들 경이로워했다. 그때 나는 딸아이에게 온통 마음을 다 빼앗겨 버렸다.


딸에게 모든 사랑과 정성을 쏟고 있을 때, 딸아이가 태어난 후 대략 3년 동안은 아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러다 아들이 초등 2학년 때 우연히 심리검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아들에게 분노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왜 이 아이에게 분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어렵고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아들에게 꽤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심리검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서 내가 아들을 키운 과정을 되돌아봤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아들이 하는 행동들을 떠올렸다. 아들은 분명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이 그제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아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봤다. 명백한 차별이었다. 가슴이 쓰리게 아팠다.


나도 예전에 나의 엄마로부터 오빠와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많이 분노했었다. 음식 몇 가지를 오빠에게만 챙겨줬다고 엄마에게 길길이 날뛰면서 따지며 대들었다. 그 사실 가지고 아이 둘을 낳고도 한참 지나서까지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차별에 관한 이야기만 나와도 입에 거품 물고 차별을 심하게 받으며 컸노라고 설쳤다.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차별은 아픈 것이었다. 내가 받은 차별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들었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런데 차별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대응하던 내가 아들에게 존재 자체를 차별하고 있었다. 아들이 엄마인 나에게 동생과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심리검사를 하기 전까지. 안타깝게도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후에도 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딸만 예뻐하면서 계속 차별을 하고 있었다. 아프긴 했지만 잘못을 몰랐다.


몇 년의 세월은 흘렀다. 아들이 중2 때 자러 가면서 내게 던진 한마디가 나를 변하게 했다. 엄마는 은영이에게는 잘 때 잘 자라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면서 내게는 왜 한 번도 안 해주느냐고 아들이 툭 던지듯 말했다. 순간 온몸이 굳어지며 머릿속에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내가 아들에게 뭔 짓을 한 것인가? 그 순간은 “내가 그랬나” 엉덩이를 한번 두드려 주고 자리를 피했다. 내 방으로 돌아와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 날 밤 많은 생각을 하며 내가 뭘 잘 못 했는지 알게 됐다.


이전에 의무적으로 아들을 키웠다면 그 날 이후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보게 됐다. 큰 키에 수염이 거뭇하게 난 질풍노도 사춘기 아들인데, 갓난아기 기르는 마음으로 받아야 할 사랑을 차근차근 다 거치기로 했다.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내가 아들에게 준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었다. 아들을 달리 대하니 아들도 쑥스러워하면서 좋아했다. 나는 딸에게 좋은 엄마였지만 아들에게는 나쁜 엄마였다.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도. 이제는 난 좋은 엄마일까?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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