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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의 눈] 프리마켓, 양산에 필요한 공동체 문화..
오피니언

[기자의 눈] 프리마켓, 양산에 필요한 공동체 문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4/05 15:44 수정 2016.04.05 03:44













 
↑↑ 김민희 기자
ⓒ 양산시민신문 
나에게 필요 없고 평소 쓰지 않는 물건을 팔거나 기부하는 것은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시장)이라는 형태로 과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거기에 새로움이 더해졌다. 중고 물품은 물론 손재주 있는 개인이 만든 작품과 간단한 먹거리, 저렴하지만 질 좋은 물건까지 제공하며 플리마켓은 ‘프리마켓’(free market)으로 진화했다.


쓰지 않는 물건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예술 공예품, 먹거리,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시민이 공유하는 이 프리마켓은 서울 홍대 앞 예술시장을 비롯해 이태원, 삼청동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주시, 강릉시 등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산에도 프리마켓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공동체, 예를 들어 양산 엄마들이나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카페에서 시작한 프리마켓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역 사람들이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고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던 물건이 서로 순환돼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프리마켓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거기다 대부분 프리마켓 목적이 ‘어려운 이웃돕기’니 나눔의 훈훈함까지 더한다. 공연이나 전시, 양산시에서 진행하는 축제 말고 ‘놀 수 있는 것’이 없던 지역에 또 다른 놀거리가 생긴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특히 양산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은 인근 지역에서 유입된 이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지역공동체 형성’이란 측면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신도시 인구 유입이 많고 생활권을 부산, 울산에 둔 이들이 많은 양산 특성상 지역공동체 의식은 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 이웃을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프리마켓’은 지역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됐다.


참가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프리마켓을 기다리게 됐다. 단순히 ‘어떤 물건을 살 수 있을까?’가 아닌, ‘이번에는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이웃 간 정을 주고받는 자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프리마켓에 ‘단속 바람’이 불었다. 마켓이 열리는 위치가 문제였다. 상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도시공원에서 ‘판매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프리마켓을 규제한 것이다. 프리마켓 참가자들은 ‘공원만큼 시민에게 안전한 곳도 없고 지역에 프리마켓을 할 만큼 넓은 곳을 찾을 수 없다’며 프리마켓 허가를 요청했지만, 양산시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허용해 줄 수 없다는 논리로 거절했다.


시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알고 있다. 좋은 취지기 때문에 프리마켓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면, 이를 이용해 상인들이 일반 시민인 척 프리마켓에 진입해 판매 행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이해한다.
하지만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사람과 이에 참여하는 시민도 바보는 아니다. 공동체 문화로서 자체 규칙을 만들어 진행했기에 지금까지 시민이 만든 프리마켓 문화는 탈 없이 잘 유지돼 왔다.


시민이 직접 가꿔온 자생문화 싹을 행정의 잣대로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상행위’라는 좁은 시야가 아닌 ‘지역공동체 문화’로 프리마켓을 바라보자. 행정에서 해야 할 것은 이들의 자생력을 믿는 것과 이들이 한층 성장해 양산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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