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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주 원불교 교무 | ||
ⓒ 양산시민신문 |
그리고 지난 3일, 보은 바자회가 흑석동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열렸습니다. 구로교당에서는 청국장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십수 년째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는데, 그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됐습니다. 친환경 콩을 씻고, 불리고, 삶고, 40도에서 발효시키는데 그 온도는 확인하기 위해서 이틀간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바실러스균을 배양하는 발효과정에서 천을 다 덮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덮어라! 알고도 모르고도 지은 우리들의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잘못을. 그러면 변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교당 앞 골목에는 훤칠한 목련 나무와 개나리가 하얗게 노랗게 꽃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꽃그늘 아래서 낭만적인 편지를 읽지 않더라도 저 꽃그늘만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경배를 올립니다. 혹독한 추위를 버티고 의연하게 피워낸 저 굳센 의지 앞에, 그래서 더욱 희망을 주는 저 꽃잎들에게 말입니다.
우리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속에는 서로를 돕고자 하는 욕구가 각인돼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태생적으로 모든 생명의 몸속에 내장된 시스템이라고도 하지요. 서로 돕는 방법의 하나가 남의 잘못을 덮어주고 묻어주고 함께 도와줄 수 있는 긍정적인 선택이 포함돼 있습니다. 나의 입을 남을 깎아내리고 험담하기에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서로 장점을 드러내 주기에 바쁘다면 우리 생을 얼마나 활기차 지는지요. 절로 웃음이 짓게 되는데, 마음으로만 힘을 보태줘도 힘이 나고, 가장 아름다운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지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기운으로만 존재하는 식물 실험을 통해서도 이미 밝혀진 사실일까요.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선택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선택의 하나가 ‘내가 아닌 상대를 배려할 때’이고, 또 하나는, ‘내 생명을 이루고 있는 그들의 은혜에 감사할 때’라는 사실도 체험해 본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나는 오늘 무엇을 하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서 ‘인간 중심’ 사고나 ‘나 중심’ 인성을 갖게 되면, 이기적인 태도가 습관화돼 내 생명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인식해 가볍게 여기기 쉽고, 타인뿐 아니라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도 파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 역시 인간 위주로 사고한다면 조화를 무너뜨리고 균형을 무너뜨리는데 별 가책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들로 인해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은 다시 인간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세력을 형성해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존 심리를 가진 지도자를 선택하고자 국회의원 홍보 전단을 살펴보기도 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