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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 2위였으나 지금은 신용불량자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과 타협하기 싫어 전 재산을 처분해 종업원에게 나눠줬다. 똑똑하다는 서울대 출신 97%가 아첨꾼이 되고 남의 갈등, 불행, 불안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장의사적 직업’이 판치는 세상에서 채 이사장은 “시시하게 사는 것이 잘사는 법”이라고 말했다.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 방배추 전 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은 100만평 농장을 일궈 능력에 따라 일하고 식구 수만큼 먹거리를 가져가는 노느메기 공동체를 만들었다. ‘빨갱이’로 몰려 잡혀가 이근안한테 고문을 당해 이가 모두 빠졌지만, 힘없고 능력 없는 사람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그에게 저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법 개편’은 노예를 착취하던 중세적 발상이다.
돈을 모아두면 똥이 된다는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최연소 한약종상 면허를 따 한약방을 차렸고, 명의로 소문이 나면서 떼돈을 벌었다. “아픈 사람에게서 번 돈으로 내가 호의호식할 수 없다”며 명신고등학교를 세워 나라에 헌납하고 경상대학교 남명학관을 건립하여 기증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버틴 ‘철의 여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생업을 포기하고 제주 강정기지 반대운동에 나선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장 등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신문에서 좋은 사람을 찾아 한겨레 칼럼을 복사한 뒷면에 격려 편지를 써 매년 수백통을 부치는 89세 장형숙 할머니, 떡값 거부 때문에 강성으로 찍혔지만 민원인한테는 따뜻한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 임종만 씨, 농민을 위해 농협이 적자를 봐도 괜찮다고 말하는 김순재 전 창원동읍농협조합장 등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까지 더했다.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 세상에 희망이 있을까?”하고 자조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나 하나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희망을 선물해 줄 것이다.
한편, 저자 김주완은 1990년부터 25년 동안 기자로 살아왔다. 2010년 6월부터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출판미디어국장을 맡았으며, 소통을 위해 2008년부터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풍운아 채현국’ 등 저서를 발간했다.
저자 : 김주완 / 출판사 : 도서출판 피플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