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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향기로운 삶] 5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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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삶] 5월의 향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5/03 11:02 수정 2016.05.03 11:02













 
↑↑ 진각 스님
통도사 기획국장
ⓒ 양산시민신문 
겨우내 썰렁했던 산을 소나무 혼자서 외로이 지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여러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와 허전했던 빈자리 곳곳을 형형색색으로 메워 나가니 마치 온산이 단풍이 든 것 마냥 5월의 푸르름을 노래하고 있다.


이럴 때는 봄 잔치에 푹 취하고 싶은 마음으로 신발 끈 단단히 묶고 지팡이 하나 의지해 무작정 산을 오른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던 진달래는 이미 퇴장하고 화사한 철쭉이 귀한 자태를 뽐내며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발밑에는 행여나 큰 짐승들에게 밟힐세라 작은 꽃들이 잔뜩 웅크려 낮은 자세로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이른 봄 아침마다 목청껏 노래하던 산새들도 요사이 조용한 것을 보니 요놈들도 벌써 짝을 맺고 푸르른 나뭇가지 사이에다 흰 구름 물어다가 신혼집을 꾸리고 살고 있었다. 산은 다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맑은 계곡 물소리로 가득 차서 생동감이 넘친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 년 중 이맘때가 가장 보기 좋은 때인 것 같다. 바람결도 부드럽고 햇살도 안온하고 산에는 갖가지 나무가 새싹을 틔워서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낸 듯이 아름답고, 들에는 온갖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마치 푸른 비단에 자수를 놓은 듯 그 위로 나비들이 춤을 춘다. 미묘한 꽃향기가 천지를 진동하니 사람들 어깨에서는 춤사위가 나오고 입에서는 흥겨운 노랫가락이 실려 나온다.


절로 우러나오는 5월의 잔치에 ‘어린이날’이 있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미래 세계의 희망을 보여주고, 5월 8일 ‘어버이날’을 정해 산천초목을 길러 내는 대지의 자애스러움으로 부모님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어리석고 무지했던 마음에 지혜로운 눈을 열어줘 세상에 나아가 이로움을 주시게 했던 스승의 은혜로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날’도 이달에 있고, 모든 중생에게 모두가 깨달음의 꽃을 피워서 온 세상이 꽃동산과 같은 향연(香宴) 속에서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신 ‘부처님 오신 날’도 5월이다.


어린이, 부모님, 스승님, 부처님.


이러한 분들은 가정과 세상에 행복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들인 것이다. 믿음이라는 큰 솥에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넣고, 바다와 같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스러운 마음과 하늘보다 더 크신 스승님의 덕화를 공경하는 마음도 집어넣고 세상을 자비로움으로 감싸주신 부처님의 부드러운 손길 속에 사랑의 불을 지펴서 이 세상에서 견줄 수가 없는 행복이라는 향기로운 음식을 만들어 5월의 잔치에 베푸니 누구든지 눈으로 귀로 향기로 마음대로 즐기면 된다.


값을 매길 수 없는 5월의 선물을 감사히 받아서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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