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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헛꽃
오피니언

[초대시] 헛꽃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5/03 15:18 수정 2016.05.03 15:18













 
↑↑ 성명남
시인
삽량문학회, 이팝시동인 회원
2012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5 시집 「귀가 자라는 집」
ⓒ 양산시민신문 
산수국 피었다

좁쌀만 한 꽃망울 가장자리에
배란기를 가늠 할 수 없는 무성화 피었다
대가 끊기기 전에 시앗을 들여야 한다고 재우치는
문중 어른들 목소리가 문 밖까지 새나왔다

고모는 불안한 자궁을 가진 종부였다

꼬박꼬박 달거리 하면서
헛구역질로 입 틀어막으며 부엌을 뛰쳐나갔다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고 했다
커다란 잉어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꿈 꾼다고 했다
대문 밖 칠월은 절절 끓는데
12월 마녀의 젖꼭지처럼* 아랫배가 시리다고 했다

고모 배는 몇 달이 지나도 불러오지 않았다
꽃은 점점 어두워졌다
손목 맥 짚어 본 소슬바람이
자궁은 텅 비어있다고 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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