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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미디어 시대의 청소년 성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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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미디어 시대의 청소년 성의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5/24 10:07 수정 2016.05.24 10:07













 
↑↑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
ⓒ 양산시민신문 
여중생들에게 엄청난 파워를 가진 모 인기가수 콘서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가수는 공연에서 ‘I love sex’, ‘fuck you’, ‘69’라고 쓴 명찰을 붙이고 나왔다. 69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포르노물에서 성행위 체위를 뜻한다. 또한 공연 중에 여성을 침대에 묶고 성행위를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포르노물 중에서도 여성을 극도로 학대하는 변태물을 공연에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가 만든 문화 상품 안에는 포르노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 가수가 포르노에 심취해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창작은 자기 정신세계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는 관객 1만 2천명에, 12세 관람가 공연이었고, 관객 상당수는 여중생들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여중생들이 그 공연을 보고 열광하고 환호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을 학대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환호와 열광 속에서 청소년들의 무의식에 스며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사랑이라는 욕구가 필요할 때, 자신을 학대하는 남성에게 끌리게 되는 피학ㆍ병리적 심리가 각인될 수 있다.


성의식은 어려서 자주 접하는 내용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즐기는 TV프로그램, 각종 동영상 등 미디어매체 안에는 성의식을 왜곡시키고, 그릇된 가치관을 주입시키는 소스가 수없이 깔려 있다. 이처럼 왜곡된 가치관이 막강한 침투력을 가진 미디어를 통해서 무의식에 파고들 때 발생하는 문제는, 실로 거대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8년 발표했던 <청소년 성의식 및 행동 실태와 대처 방안 연구>를 보면 청소년의 성의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전국 남녀 중고생 2천3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남자 중학생의 27.3%, 고등학생 30%가 ‘여자는 겉으로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강압적이기를 바란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문항에는 전문계 여고생 21%가, ‘여자는 남자가 거칠게 다룰 때 성적 자극을 느낀다’라는 항목에는 남자 전문계 고교생 24%, 중학생 21.9%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제11차(2015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성관계 시작 평균 나이가 13.2세로 나타났으며,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0.2%가 각각 임신 경험과 인공임신중절수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학생 때부터 이성교제 안에 성관계가 대체로 포함돼 있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은 “피임법 위주 성교육만으로는 성에 내재된 생명과 책임을 올바로 인지하고 실천하게 할 수 없다”며 “생명과 책임이란 성의 거대한 사회적 차원에 대해 교육받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성을 도구화해 이익을 추구하는 비뚤어진 자본주의가 정결을 폄하하는 것을 올바로 구분하는 식별력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오는 6월 3회에 걸쳐 ‘미디어 시대의 청소년 성교육’이란 주제 아래 부모 대상으로 미디어가 우리 청소년을 어떻게 잠식해 가고 있는지 와 이에 맞춰 미디어 식별력을 키울 수 있는 성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는 상업적 영상물과 불법 성인물 등 왜곡된 성의식을 주입하는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을 모두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해서 주체적인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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