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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요란한 시간 5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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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요란한 시간 5월을 보내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5/31 10:44 수정 2016.05.31 10:44













 
↑↑ 박주현
희망웅상 운영위원
ⓒ 양산시민신문 
5월은 다가올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처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옷장 정리를 하느라 분주하기도 했지만 많은 기념일이 한꺼번에 진을 치고 있어 마음이 바쁘기도 한 달이었다.


덕분에 자주 얼굴을 보게 된 가족들은 한결같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해마다 5월이면 가족에 대한 애정이 새삼 살아나는 것도 아니건만 이런저런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즐겁게 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불편함도 함께 줬다.


이런 내게 몇 해 전 소모임에서 회원과 본 영화가 작은 울림을 줬다. ‘미스 리틀 썬샤인’이라는 영화는 콩가루 집안에 갑자기 얹혀 살게 되는 삼촌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핵을 이루는 가족구성원을 살펴보면 그저 그렇다 못해 다소 한심할 지경이다. 


그런 그들은 꿈을 위해 하는 수 없이 한 버스에 올라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는커녕 절망에 빠지는데 그 속에는 늘 지긋지긋한 가족이 끼어있다. 이 소란스럽고 한심한 사람들을 한 대 엮어 싣고 가는 승합차도 늙고 오래되고 보잘것없다. 게다가 기어가 고장 나서 도로 한가운데 떡 하니 서버려 갈 길이 먼 그들의 속을 끓게 만든다.



제대로 가지 않는 승합차와 틈만 나면 사고를 일삼는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 보라! 아마 한 시간도 못 가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 도 상대 치부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원망, 한탄을 곁들인 비난이 난무한 가운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다.


그런데도 인생의 신비는 오묘해서 그 지긋하고도 끈질긴 인연에 행복한 결말을 선물한다.


나는 막이 오른 뒤에 상상했다. 차에 오르기 위해 잡아 줬던 손을 놓고 또 다시 투덜투덜 아옹다옹하면서 달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가족이라는 환상을 나는 잘 떨쳐버리질 못했다. 가족이란 단어 속에 희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늘 품고 있었고 가족 구성원은 희생과 헌신을 한 쌍으로 마땅히 지녀야 한다고 믿었다. 결혼으로 꾸려진 제2의 가족을 만나는 순간 나의 이런 편협한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인생이라는 버스가, 가족이라는 버스가, 좀 부족하면 어떻고 좀 덜떨어지면 어떤가…’라는 결론과 함께 못난 구석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 줄 이는 가족뿐이란 사실을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극 중 아들의 대사처럼 어쩜 인생은 미인대회 같다. 그렇지만 미인대회에서 떨어진다 해도 잘 살 수 있다는 진리를 잊어버린 채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인생의 고춧가루 같은 가족 때문에 울화가 터질것 같다면 요란한 5월에게 안녕을 고하며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가족은 완성체가 아니라 부족한 이들이 서로 위로하려고 평생을 만들어가야 하는 존재임을 확인할 기회를 선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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