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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생각해봅시다] MTB 게릴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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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MTB 게릴라를 위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6/14 10:19 수정 2016.06.14 10:19













 
↑↑ 심규한
천성산의 친구들
ⓒ 양산시민신문 
산에서 MTB는 폭군이다. 사람이 아니다. 산악자전거가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천성산 화엄늪에서 환경감시원으로 일한다. 때문에 산과 사람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산을 찾는 지역민들은 한결같이 천성산이 지역 명산이라고 자랑하며 힘들게 찾은 산의 즐거움과 보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무겁다. 등산객이 한바탕 다녀가면 아직도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보이고, 산에서 취사와 야영이 금지됐지만 곳곳에서 아직도 버너를 켜고 햄을 굽거나 라면, 찌개, 탕을 끓여 먹고, 주말이면 억새밭에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뿐인가? 5월이면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오고, 정상은 산책 나온 사람들이 수시로 나무와 나물, 풀꽃들을 채취해간다. 사람들은 억새와 철쭉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지만 기실 산은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야 아름답고 가치 있는 법이다. 각기 다른 나비는 제게 맞는 풀과 나무를 가지고 있는 것만 떠올려 봐도 자연에서 사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군부대가 떠난 천성산 정상 부근은 그나마 사람 접근이 어려웠던 곳에 남았던 고산의 풀꽃들이 간간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채취를 마구 할 경우 몇 년이나 버틸지 모르겠다. 정상은 조그만 바위섬처럼 위태롭다. 그러니 산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무겁고 무겁다.


더구나 요즈음은 산악자전거들이 부쩍 늘었다. 벌써 2년째 안내판을 세우고 확성기로 알리고 직접 대면해서 산악자전거 운행이 제한된 곳이라고 알려왔지만 지역 동호회 중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집단의 힘을 믿고 그냥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다. 등산로는 자기들도 탈 권리가 있다고 한다. 법에서는 제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법대로 하란다. 심지어는 내 말투가 지역 사람이 아니라며 나를 무시하고, 여기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산에서 자전거 타면서도 산을 잘 지키고 있으니 상관 말라고까지 말을 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도록 그들은 밀고 내려왔다. 심지어는 등산로에 마음대로 점프대까지 설치해 더욱 열을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몇 달 사이 갈수록 산악자전거가 늘어 지난주 일요일엔 80대가 내려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유튜브나 동호회에 동영상을 찍어 무책임하게 올리고 유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정상과 진입로 곳곳에는 산악자전거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완곡하게 당부하는 안내판이 있지만, 자전거인들은 ‘자제’라는 말을 ‘조심’으로 해석하고 허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정상 내리막길 진입로와 습지복원지역 정문, 펜스에 ‘자전거는 내려가지 마시오’, ‘자전거는 들어가지 마시오’, ‘자전거 운행 금지’ 등 안내문을 붙이면 이삼일이 채 가지 않는다. 오늘도 아침에 확인한 게 오후에 없었다. 세 개 붙인 게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리고 나와 마주치면 몰랐다거나, 타 지역에서 왔다거나, 오늘만 타고 오지 않겠다거나 하며 둘러댄다. 그리고 두어 시간 있으면 다시 타고 내려오며 이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하고, 다음 주에 또 온다.


양산의 위대한 MTB 독립군이고, MTB 게릴라다. 도무지 자연을 아끼는 마음은커녕 공공의식 자체가 없다. 사람에 대한 신뢰 자체를 가질 수 없게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제 타 지역에서도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원정 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요즘은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한 자전거들이 더욱 많아지면서 적극적으로 강하게 막지 않으면 대책이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지역의 몇몇 MTB 독립군, MTB 게릴라들이 이룩한 천성산 산악자전거문화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지역이 자랑으로 여기던 천성산 자연과 시민일 것이다.


며칠 전에도 일을 마치고 용소마을로 내려가며 나는 몇 번을 미끄러졌다. 용소마을로 가는 능선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지만 작년부터 자전거들이 지나가면서 등산로가 V자로 패이고 미끄럼틀처럼 밋밋해졌다.



대개 자전거인들은 돌이나 바위가 있으면 치우는 편이라 자전거가 다니는 산길 중 특히 경사가 있는 산비탈의 경우는 사람이 다니기에 점점 불편하고 위험한 곳으로 바뀐다. 그러다 보니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비가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미끄러지기 쉬운 길이 된다.



더불어 지그재그로 휘던 길도 자전거들이 지나면 직선화한다. 이 점은 화엄벌이나 정상의 내리막길도 마찬가지다. 길이 이렇게 망가지는데도 자전거보다 등산객이 더 망친다고 그들은 항변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직접 걸어보라. 그리고 술은 부은 자가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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