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월 맞춤형 보육제도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 보육단체가 반발하고 있고, 부모들 역시 설익은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양산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이수정, 이하 연합회)가 단식투쟁에 나섰다. 연합회 회원 30여명은 지난 15일 양산시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맞춤형 보육 시행 철회를 주장했다. 이들은 16일과 17일에는 도시철도 양산역에서 ‘예산 맞춘 탁상행정’, ‘맞춤보육 부모차별’, ‘보육교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등의 피켓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어린이집 간 논란의 핵심은 8대 2라는 수치다. 정부는 기존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을 8대 2로 전제하고, 종일반 보육료를 6% 올려주는 대신 맞춤반 보육료를 20% 깎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부모 80%는 종일반을 지원했고, 20%는 맞춤반을 지원했기 때문에 보육료 수입이 실제로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연합회는 “맞춤형 보육료 20% 감액은 인건비지원시설 인건비는 그대로 지원하는 데 반해 인건비 미지원시설 운영비지원금마저 삭감했다는 데서 상대적 박탈ㆍ위화감을 조성하는 불평등 지원”이라며 “줄어든 예산만큼 교사 급여 삭감이 불가피하고 급식과 간식 결핍을 유도해 결국 보육 질이 하락하고, 학부모 만족도가 내려가는 등 ‘보육학대’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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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부모가 미취업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종일반 자격인정 기술서’를 스스로 작성해야 하며 입증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이 차별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일용직, 프리랜서, 노점상 등 비정규직이 종일반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 처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정규직은 우대하고 비정규직은 차별하는 전근대적 복지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역시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본지와 지역 인터넷 카페인 양산맘(cafe.naver.com/chobomamy)에서 부모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부분 맞춤형 보육제도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전업주부들 불만이 가장 컸다.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되면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인데 3~4살 아이의 경우 오후 간식을 먹기는커녕 낮잠 자는 아이를 깨워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원 시간이 달라짐에 따라 차량 운행 역시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차량운행비용을 걱정하는 어린이집 입장에서 수시로 차량을 운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결국 부모들은 이번 제도가 아이들 상황에 맞춘 제도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였다.
전업주부가 아닌 워킹맘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엄마들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복잡한 데다 자격 기준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밖에 종일반 등록을 위해 위장취업하거나 종일반 우선으로 어린이집이 원아를 모집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렇듯 어린이집과 부모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6일 정치권은 ▶종일반 대상이 되는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일부’ 완화 ▶맞춤반 ‘기본 보육료’를 ‘종전’ 지원금과 같은 금액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도부터 우선 예정대로 시행하고 정치권 요구 일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입장을 달리 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어린이집연합회는 오는 23, 24일 집단휴원을 예정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