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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향기로운 삶] 이름
오피니언

[향기로운 삶] 이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6/21 10:37 수정 2016.06.21 10:37













 
↑↑ 진각 스님
통도사 기획국장
ⓒ 양산시민신문 
올해 장마 시작은 19~20일쯤 제주도를 시작으로 21~22일 내륙지방으로 올라올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다. 장마가 걷히고 나면 여름휴가로 무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 계곡 등지로 많이들 놀러 가게 된다.


특히 산세가 수려하고 맑은 계곡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면 이름 모를 수많은 이름이 바위나 반석 위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은 옛 어른들의 명필도 만날 수 있고, 시 한 수 읊어 놓은 것도 있으며 혹은 가족 단위로 내지는 무슨 계모임 회원 이름까지도 단체로 바위의 반반한 면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뭘 남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옛 선사시대에서부터 동굴 벽화나 바위면 등에 동물이나 물고기 등을 새기고 그렸던 손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 흔적은 순수한 소망이나 기쁨에서 발로된 예술적인 행위라면 요 근래 것들은 단순히 호기심이나 공명심에서 비롯된 질서가 없는 낙서들이다. 훌륭한 사람이라면 만대에 그 이름을 전하기 위해 국가나 이웃들이 나서서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질 좋은 돌이나 금속에 새겨서 알렸을 것이다.
이름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살면서 얼마나 큰일을 하고 많은 이웃들에게 덕을 베풀었나 하는 데서 평가된다고 본다.


굳이 이름을 알리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남에게 베풀 것인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세상에 무엇을 기여하고 갈 것인가? 안으로는 가족이나 일가친척들에게 어떻게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건지?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인격적인 수양에 어떻게 매진할 것인지?”하는 자기 성찰로 매일 안팎으로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이름은 세월이 지나면 뭇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 버리지만 그 사람이 했던 행위만큼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이 세상 어딘가에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다가 시절 인연이 돌아오면, 좋은 마음으로 했던 일은 당연히 좋은 결실로 찾아올 것이고, 좋지 않은 일이라면 불쾌한 괴로움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낮 더위에 땀 흘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어느 누군가가 보이지 않게 베푼 선행의 열매일 수 있다.


각박한 세상에 그래도 착한 이웃이 많고 아이들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예수님 사랑이 살아 있기 때문이고 전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자비스러운 선행도 부처님 자비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수나 석가, 공자 이분들은 모두 2천여년전에 이 세상에 다녀갔던 분들이지만 아직까지도 이 사회에 부처님 자비나 예수님 사랑, 공자님 인(仁)의 실천이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의 육신의 형체는 뵐 수가 없지만 세상 곳곳에 우리가 보고 듣고 하는 그 자리에 항상 계신다.


옛 선사(禪師) 말씀에 “누구든지 내 모양을 보거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모두 윤회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이 있다. 이웃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과 이름에 사사로운 욕심 없이 이러한 원력을 가지고 산다면 이 같은 훌륭한 이름은 온 세상에 영원히 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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