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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인문의 골목으로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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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인문의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6/28 10:26 수정 2016.06.28 10:26













 
↑↑ 김순아
시인
양산문인협회
ⓒ 양산시민신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TV나 인터넷매체뿐 아니라, 각종 강연을 흔히 접할 수 있고, 관련 서적도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과연 인문학이 무엇일까? 인문학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인본주의, 인문정신, 휴머니즘이다. 그러나 인문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인문학의 중심인 ‘인간’에 대해서는 시대마다, 학자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정의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성 실현과 관련된 ‘소통’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이것은 서로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 비로소 그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차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이에 대한 인정윤리는 이미 이전부터 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거쳐왔다.


90년대부터 본격화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담론은 모든 것을 자신 중심으로 파악하려는 인간(Man) 생각이 서로 다른 차이를 ‘차별화’해왔고, 그것이 힘없는 다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어져 왔기에, 그 인식을 새롭게 해 ‘나와 다른 삶’을 인정하자는 요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반화되면서 최근에는 남과 다른 ‘차이’, 자신만의 고유성, 개성 등이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고유성,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인정은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말하자면 ‘너는 네 팔 흔들고, 나는 내 팔 흔드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자유경쟁을 목표로 한 신자유주의와 접합되면서 타인을 짓밟고, 나아가 그 폭력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무관심의 전제로도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우리 삶을 경쟁체계로 몰아넣고 우리 삶의 자유를 앗아가고 있다.


사회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에게만 사회적 신분과 지위,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하기에, 우리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뿐, 그 밖의 문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더 자주 생겨나고, 때로 그것이 나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함께할 사람은 곁에 없다.
진정한 소통은 한계를 인식하고, 서로 달라지려 노력할 때 비로소 그 길이 조금씩 열릴 것이다. 단순히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우리 삶 자체가 시시각각 변화하며 계속해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에 있듯이, 나 자신만을 고집하는 나(我)를 버리고, (어제의, 혹은 조금 전의)나에서 계속 타자(너)로 변해가는 나를 들여다보려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가 인문적 사유를 요청하고, 인문학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 너를 없애야 한다는 현실논리 앞에서, 심지어 너그러운 무관심으로 가장한 도덕적 냉소주의 앞에서, 우리가 ‘알고 있(다고 확신/오인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던져진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실현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인문학은 결코 학(學)이 아니다. 학(學)은 실천을 위한 전제조건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순히 배움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인문적 지향과 함께하지 못한다. 고전을 읽는 것은 역사적 인물이나 영웅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삶의 중요한 밑천으로 삼기 위해서지, 그들 삶을 흉내 내어 따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순히 읽고 듣고 공부하는 데 그쳐서야 삶에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필자는 지면을 빌려, 인문철학자들 이야기를 조금 쉽게 상식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한 번 들어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우리 삶을 어떻게 새롭게 열어갈 것인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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