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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웅 양산시립박물관 학예사 | ||
ⓒ 양산시민신문 |
하지만 여름철 내내 주거지와 동떨어져 피서지에서 보낼 수만은 없다. 업무와 학업 등의 연속성 때문에 멀리 떠날 수 없는 시민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휴가나 피서에 할애할 수 없는 양산시민에게 관내 최고의 피서지는 어디일까? 그곳은 단언컨대 양산시립박물관이다.
지금부터 무더운 여름날 A 씨의 양산시립박물관 사용법을 예시로 소개해 보려 한다.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이 몰아치는 토요일 아침 A 씨는 저녁 약속이 있어 멀리 애들과 물놀이 가기가 부담스럽다. 하북에 있는 통도아쿠아도 좋지만 몇 번 다녀온 터라 식상하다.
집 근처에 있는 시립박물관과 북정동 고분군 산책길 등 그늘에서 하루 가볍게 쉬기로 하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아이들과 슬슬 박물관으로 걸어간다. 걸어온다고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시립박물관 북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체온을 식힌다. 북카페에 있는 책 중에 맘에 드는 책을 보다 졸리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박물관 전시실로 이동한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박물관은 유물 보존을 위해 최적의 항온항습을 유지하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또한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전시실에 놀란다. 4층부터 3층까지 새롭게 설치된 진열장과 추가로 전시된 유물들이 많고 못 보던 전시품들이 제법 있다. 특히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인 김서현 장군과 만명부인 초상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런 희귀한 작품도 있구나!”
오후 2시부터 역사토크콘서트를 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온 김에 보고 가려고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 전시실 다니기는 싫다.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켠다. 오호! 와이파이가 터진다. 그것도 박물관 모든 내부에서…. 아들 녀석은 다른 통신사인데 아들 스마트폰도 와이파이가 터진다. 방금 전시실에서 본 김서현 장군이 더 궁금해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본다.
어린이 체험실에서 태극기 만들기에 열중인 애들을 다그쳐서 역사토크콘서트를 보러 1층에 내려온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관장님(?)이 이달의 인물인 김서현 장군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무언가 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함께 준비된 국악공연도 구성지고 흥겹다.
박물관을 나와 북정동 고분군 산책길을 따라 산보를 하고 부부총에 올라오니 박물관 고분실에서 본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빼앗긴 부부총 유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녁에 약속했던 친구와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인다.
“자네 오늘 뭐 했어?”
“나는 애들하고 시립박물관에…”
“아! 그 북정동에 있는 시립박물관. 거기 뭐 볼 거 있어? 별거 없지?”
“야 이 사람아 어디 가서 그런 무식한 소리 하지 말아. 지정문화재만 50점이 넘어, 김서현 장군 초상화도 보고…”
“김서현 장군이 누군데?”
“아, 이 사람 양산사람이 신라 시대 때 양주총관 하셨던 김서현 장군도 몰라? 김유신 장군 아버지 이 사람아”
“오호 자네가 이렇게 유식한지 몰랐는데…. 나도 애들 데리고 박물관이나 한번 가봐야겠는걸”
A 씨는 오늘 박물관에서 시원한 하루를 보낸 데다가 술 한 잔까지 마시니 기분이 좋다. 집으로 오는 길에 자기 스스로 좀 있어 보이는 것 같아 어깨가 우쭐해진다. 다음에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에 하는 박물관 전시 설명도 한 번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여름철 양산시립박물관은 시원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올여름은 박물관에서 더위도 피하고 양산을 알아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