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시인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너는 누구인가?..
오피니언

[시인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너는 누구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7/12 10:06 수정 2016.07.12 10:06













 
↑↑ 김순아
시인
양산문인협회
ⓒ 양산시민신문 
철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보존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 그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한 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다. 왜? 인간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언제나 변화를 동반한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존재의 지평도 변한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하는 방식도 그러므로 당연히 달라진다. 철학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철학자들은 각 시대마다 그 방법과 대상을 새롭게 규정하며, 그 시대가 제기한 과제에 답해왔다. 그러니까 과거 철학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철학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철학의 탄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용어는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 사랑함+sophia, 지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처음 ‘지혜안에 담긴 속뜻을 이해하는 것’, 즉 지식과 관련해 이해됐다. 그래서 초창기 철학자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됐다고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 철학은 자기비판을 통한 참다운 앎의 추구와 그 앎에 따른 실천적 행위로 새롭게 이해돼 왔다.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 창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세계의 중심은 ‘신’이었다. 사람들은 신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천사, 인간, 동물, 식물, 광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중세시대 사람들은 수직의 위계질서로 세계를 파악했고, 신의 말씀을 따르는 수행자로서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았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신(성인=타인)의 말을 따라 하거나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자신의 생각, 자신의 기준이 없이 남의 말을 따라 사는 데, 즉 수행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당시, 이 말은 신의 영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을 테니까.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할 때, 철학자는 단순히 지식(지혜)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진리를 알고, 그 ‘앎’을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가령, 우리 자신이 말기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보자.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는 그 상태에서 허송세월만 보내다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병명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치료를 하든 죽음을 받아들이든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참된 ‘앎’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당대 청년들이었다. 그에게 크게 공감한 청년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 들여왔던 것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합의됐다고 여겼던 사항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기득권층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매우 불온한 생각이자, 자신들을 위협하는 행위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청년들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아테네 당국은 그를 사형시키지는 않았다. 감옥 문을 열어놓고 그가 다른 나라로 망명해 가기를 바랐다. 당시 소크라테스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회혼란 가중과 여론 악화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망명을 거부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진리, ‘스스로 생각함’의 가치를 몸소 실현하기 위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소크라테스 논의는 인간 위치를 한 단계 상승시킴으로써 모든 만물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했으나, ‘스스로 생각함’의 가치를 강조하며 그가 던졌을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지금-여기,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진행 중인 화두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