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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각 스님 통도사 기획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천성산 화엄벌은 원효 스님께서 중국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들을 공부시켜서 깨달음을 얻게 한 불교적인 성지이자 천연자연보호 늪지로서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 줘야 할 문화자연유산이다. 30만 양산시민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경남지역 800만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군사기지가 들어선다 하니 자비를 표방하고 있는 산사에서 스님들은 민중들의 고통을 보고 좌복에 앉아 수행만 할 수가 없었다. 분연히 일어서서 이를 저지하고자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양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사드양산배치반대범시민대책회의’에 통도사를 대표해 총무국장 스님과 참석했다.
국민의례로 시작된 열띤 회의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문화원장, 상공회의소 회장, 지역을 대표하는 각계 시민단체 그리고 이웃해 있는 기장군을 대표해 기장군수와 군의회 의장, 주민 200여명까지 참석해 사태의 다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드가 배치되면 30만 양산시민이 전자파로 인한 생존권 위협뿐만 아니라 중요군사시설 설치로 인해 북한에서 타격표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해온다면 직선거리로 20㎞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까지 공격 목표물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원전사고가 나면 반경 30㎞ 내에 있는 양산시까지 방사능 오염으로 황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양산시민신문 6월 25일자 신문 1면 기사’에도 실렸던 내용이다.
회의는 범시민공동대표로 통도사 주지스님, 문화원장, 상공회의소 회장 세분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해 적극적인 대처하기로 하고 통도사는 다음날 천성산 정상에서 ‘산신제’를 봉행해 천성산 수호를 위한 사찰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로 하고 범시민 대책회의는 마쳤다.
다음날 수요일 오후 2시에 천성산 정상에서 통도사에서 수행하고 있는 선원, 율원, 강원, 산중대중스님 약 170명과 석남사와 내원사 비구니 스님들 80여명까지 모두 250여 스님이 구름같이 모여 산신제와 6.25 전쟁 시 이곳에서 전사한 많은 영령을 천도재(좋은 곳으로 보내드리는 의식)를 봉행했다.
사중 어른스님 증언에 따르면 이곳 천성산에서 과거 6.25 전쟁 때 죽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많으니 꼭 천도재(薦度齋)를 잘 지내주라고 당부를 받고 의식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끝났는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에서 마침내 경북 성주로 확정한다는 발표가 산신제가 무사히 마무리되는 동시에 있었다.
스님들은 이곳 천성산은 비껴갔지만 사드 배치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가는 부분과 앞으로 성주군민이 겪어야 할 정신적인 고통에 안타까워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드넓은 늪지 위로 잠자리떼가 한가로이 날고, 이름 모를 들꽃에는 나비가 살포시 앉아있다. 이렇게 긴박했던 3일간의 ‘사드 소동’은 국민적 숙제를 남겨놓고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