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
ⓒ 양산시민신문 |
역사와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무리를 해서라도 꼭 참관하리라 생각했다. 이 분야에 내공이 얕은 초심자이지만 전문가들이 진품을 대했을 때 느낀다고 하는, 어떤 기(氣) 같은 것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혼자만의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고류지(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이 나올 줄 알았는데 포스터는 우리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주구지(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이었다. 참고로 일본 국보에는 번호가 없다.
고류지의 사유상은 국보 83호 사유상과 쌍둥이처럼 닮았고, 그 재료도 또한 한반도산 적송임이 밝혀진 바 있다. 우리는 삼산관을 쓰고 신비의 미소를 띤, 우리 것과 너무나 닮은 이 사유상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졌거나 적어도 우리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고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결국은 관람을 포기했는데 특별전이 끝난 지금 다시 찬찬히 생각해 봤다. 내가 관람하고자 한 이유는 국보 83호 사유상과 고류지 사유상을 한자리에서 보면서 우리 문화의 우월함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니…. 그렇다면 고대 한반도와의 관계에서는 콤플렉스 덩어리인 일본이 고류지 사유상을 보내줄 리가 없지…. 생각은 자꾸 가지를 쳐서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가에까지 뻗어 나갔다.
내가 회원으로 있는 부산초량왜관연구회라는 모임이 있다. 이 단체에서 임진왜란 이후 200년 이상 부산 용두산 일대에 존재했던 일본 상관(商館)인 왜관의 일부 복원이나 아직 잔존해있는 작은 흔적이라도 멸실되지 않게 보존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왜관은 우리가 우위에 서서 왜인들 활동을 통제하고 시혜해 조선 후기 내내 평화를 담보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독특한 유적이다. 그럼에도 이 단체의 활동은 ‘왜(일본) 콤플렉스’에 가로막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피해의식 때문에 우리는 일본이란 말만 나오면 즉각 거부반응이 튀어나온다. 강점기 때 건축물을 비롯해 일본풍이라면 거의 다 없애버렸다. 축구를 해도 다른 나라에게는 다 져도 일본에게 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 어쩌다 일본이 화제에 오르면 분위기가 달아올라 모두가 열혈 애국자가 되고,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친일파, 매국노, 죽일 놈이 돼버린다. 이 모두 우리가 가진 일본 콤플렉스의 발현이 아닌가.
우리는 일본문화가 모두 한반도에서 건너갔다고 애써 부각시키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주장하면 우리 문화는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 돼버린다. 문화는 물 같아서 흐르고 전파돼 변화하고 축적되면서 그 땅에서 만의 새로운 문화로 생성되는 것이다.
뿌리 깊은 한반도 콤플렉스에 휘둘려 임나일본부, 전쟁, 식민 지배, 위안부,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못난 짓을 하고 있는 일본, 그 못난 일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더 못난 짓은 하지 말자.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 콤플렉스는 작동하고 있다. 해방 70년이 넘은 지금 과거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일본 콤플렉스는 뛰어넘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지구상에서 우리만큼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국민은 없지 않은가.
써 놓고 보니 이 글 또한 내 속에 있는 ‘일본 콤플렉스’의 발현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