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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
ⓒ 양산시민신문 |
마을카페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마을다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마을답다는 건 어떤걸까? 내 생각에는 마을이라는 개념에는 이웃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웃 없는 마을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카페를 방문한 주민분들과 자주 이야기하려 했고, 주변 가게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하루하루 정을 쌓아가고자 했다. 이웃 간 정, 그것이 핵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웃 간 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 관계에서는 인사가 절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웃이 돼가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인사다. 나 역시 가족들과 이 마을에서 산지 오래돼 인사하는 주민이 많다. 여기에 카페까지 하고 있으니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을 나서면 먼저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인사하며, 건널목을 건너면 마트 사람들, 빵집 사람들, 옷가게 사람들, 중국집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그 짧은 거리에 단골분 만나면 또 인사를 한다. 한 두마디 주고받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인사하다 보면 소소봄에 와있다. 나에게는 꽤나 많은 이웃이 있으니 마을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여기서 우리 동네 소개를 할까 한다. 우리 동네 사람들, 더 자세하게 말한다면 소소봄을 찾아주는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신도시아파트 주민과 양산부산대병원 사람들, 택지 내 이웃 가게 사람들이다.
신도시아파트 주민이라 하면 워터파크를 중심으로 10개 단지에 7천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택지까지 10분 이상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가치 있는 일이기에 멀다면 먼 이곳까지 발걸음을 하신다. 그것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아이들을 위한 마을공연을 할 때 나는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늘 들려 포스터를 드렸고, 도서관 담당자들은 대부분 소소봄을 알고 있다. 몇 마디 인사말이라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땀 흘려 걸은 보람이 있다.
카페에 있다 보면, 엄마들끼리 온 그룹과 퇴근하고 직장 동료와 오는 남편 그룹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간혹 평일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몇 바퀴를 돌다가 지친 기색으로 카페에 와서 잠시 쉬어가시는 엄마들을 마주할 때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러한 주민을 만날 때마다 마을카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즐겁다. 왜냐하면 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분들을 보면서 인생을 배운다.
얼마 전에는 나이 지긋한 어른이 핸드드립을 배우셨는데, 이젠 매일 할머니를 위해 모닝커피를 내리신다고 한다. 종종 원두를 사시러 들리시는데 두 분 모습을 보면, 언제나 봄날 철쭉 같으시다.
근처 목욕탕에서 오시는 어머니 모임도 있다. 그 모임 막내분이 내가 보기에는 50대인 것 같다. 한참 수다를 나누시다 나가실 때는 꼭 인사를 하고 가신다. 지금처럼 언제나 이 공간을 소중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목욕하고 나온 뒤 시원한 커피 한 잔과 수다 한 모금 정말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양산부산대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간호사 외 의료인들이 마을 원룸에서 살고 있다. 갓 신입으로 들어왔던 간호사가 이제는 수간호사 바로 밑이라고 한다. 그래도 30대 초반이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정신없이 산다고 한다.
의과대 학생이었던 커플은 이제 결혼을 해서 부부 의사로서 삶을 살고 있다. 카페에서 연애하고, 카페에서 양가 부모님을 만났던 장면이 아직 생생하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바쁜 삶을 사는 그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자주 보지는 못해도 간혹 먼발치에서 얼굴이 보이면 먼저 인사해 주신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인사로 충분히 감사하다.
택지 내 가게 사람들은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택지가 조성되고 바로 입주해 장사하신 분들은 올해 8년째다. 사실 몇 남지 않으셨다. 그래도 이웃 가게들은 모두 터줏대감들이다. 중국집, 고깃집, 마트, 빵집, 옷집, 떡집, 문방구, 미용실, 피자집, 안경집, 휴대폰집 모두 오랫동안 만나다 보니 가족 같다.
누군가 아픔은 함께 위로하고, 누군가 즐거움은 함께 축하한다. 어려운 일은 부탁해 서로 거들고,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가게들은 장사가 힘들어 문을 닫으셨다. 그날은 나에게도 몹시 힘든 날이다. 얼마 전에는 가장 오래된 가게가 문을 닫았다. 다행히 고생하신 만큼 소득을 올리셨기에 마음을 털 수 있었다는 사장님 말에 그나마 위안이 됐다. 그동안 늘 챙겨주셨기에 작은 선물을 드렸다.
사장님 부부는 “좋은 이웃이 있어 참 행복했다” 하셨다. 고마운 말씀이다.
우리는 마을에 살며 각자 동네에 이웃을 만나며 산다. 마을살이가 무엇일까? 이웃들과 두루 인사하며 살아가는 삶의 연속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사가 곧 이웃 됨이다. 인사가 이웃 되게 하는 일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을살이 철학과 가치라고 생각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