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미향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통합지원팀 | ||
ⓒ 양산시민신문 |
수강명령 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법원으로 되돌아가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하며 다른 사건과 함께 가중처벌이 될 수 있음에 대해 안내하는 한편, 어르고 달래보기도 하고 반협박을 해보아도 그때뿐이었다. 그렇게 끊어질 듯한 연처럼 위태롭던 A의 수강명령교육이 어렵사리 마무리됐다.
A가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정이었다. 부모의 별거와 이혼. 엄마는 한집에 살고 있어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으며 아버지는 사건을 터뜨리는 아들을 부담스러워 했다.
법원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에게도 부모교육 명령을 내리는데 A의 부모는 부모교육을 이수하는 데에도 계속해서 교육연기를 하고 같이 참여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부모가 있음에도 홀로 자라듯 외로워 보이던 A를 위해 고심 끝에 부모와 함께 영화 보기 미션을 과제로 내줬다. 부모 두 분이 함께하기를 거부해 각각 따로따로 A와 영화를 봤고,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제출 기한을 넘기기는 했으나 결국 사진을 제출했고 수강명령 교육은 끝났다.
며칠 뒤 A의 모바일 메신저 상태 메시지는 엄마, 아빠와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으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에게 모바일 메신저 상태 메시지란 꽤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A의 상태 메시지를 보고 마음 한끝이 아려왔다. 어쩌면 우리가 1년 가까이 함께했던 교육 40시간보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봐야만 했던 이 시간이 더 교육적이지 않았을까?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013년부터 부산가정법원 연계로 청소년 수강명령교육과 부모 특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한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며 이해하고자 노력하지만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을 부모를 만나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A의 부모가 모르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금 이 방황의 순간만을 본다면 A는 비행청소년일지 모르나 영화를 보면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A가 느꼈을 진실한 마음, 이러한 순간순간이 모여 A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의 성장은 비단 부모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이 함께 하는 속에서 진정 아이도 그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아이는 너무나 빨리 훌쩍 자라고 변한다. A가 성장통의 시간을 잘 견뎌내어서 멋진 어른으로 커 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