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의현 계간 ‘문장’(2016년 여름호)로 시인 등단 현 독서논술 강사 | ||
ⓒ 양산시민신문 |
저토록 닳아 야위게 했다
빛나던 구두는 자작나무 숲과
민들레 핀 작은 동네를 돌아
지금은 메마른 강으로 선반 위에 누웠다
강아지와 고양이, 아이들
친구들도 잘 따르던 구두였는데
친숙함도 부러움도 날려 보내고
거친 숨 몰아쉬며
햇살의 주름을 숫자로 헤아리다가
깜빡 깜빡 자꾸 잊는다
노래하는 청년이 배고픔은 싫다고
군화발로 떠날 적에도
홀로 남은 까만 구두는
삼백예순날을 그렇게 울더니
울던 기억조차 잊고
발가락 자리에 노란 양지꽃 피운다
굽 닳은 아버지의 까만 구두는
담 낮은 작은 동네를
오늘도 꿈에서나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