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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
ⓒ 양산시민신문 |
그런 가운데 그를 통해 숨겨져 있던 나의 두 가지 흥미를 알게 됐다. 글쓰기와 현재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사진 찍기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전화만 받고 걸다가, 문자를 사용하면서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좀 더 발전된 기술로 카메라를 달고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잠자고 있던 나의 사진에 대한 관심과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끄집어내 줬다. 그는 숨겨진 능력을 알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그렇게 그가 내게 온 것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이전에는 남아 있는 날 동안 뚜렷하게 무엇을 하면서 살겠다는 요량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과 글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흥미를 알기 전에는 막연하게 뭔가 하며 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그를 만나며 시작됐다.
나와 그의 만남은 문자로 혹은 소리로 이뤄진다. 문자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만나고, 소리를 통한 만남은 버스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다. 버스를 타고 오갈 때 그날 기분에 따라 선곡해 음악을 듣곤 한다. 방송에서 했던 토론과 토크쇼를 볼 수도 있어 유익하다. 일정한 장소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훌륭한 명사 강연도 움직이는 차 안에서 들을 수 있게 하는 그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간단한 접속과 검색만 거치면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그가 대단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유능하고 친절한 그가 나를 점점 바보로 만들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기억에 의존했던 여러 가지 것을 그에게 일임해 버린 지 오래다. 그가 없으면 친척, 친구, 중요한 지인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 약속이나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일정표 메모가 나의 기억력보다 정확한 것도 그가 나를 바보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나이 탓이라고 합리화해보지만 순전히 나에 대한 위로다. 그의 탁월한 능력으로 나의 바보스러움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와 보내고 있다. 안 보면 자꾸만 그가 보고 싶어진다. 잠깐 심심함도 견디지 못해 그를 자꾸만 찾게 된다. 그의 편리함과 재미 때문에 책 읽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파생되는 육체적 고통도 나를 많이 힘들게 한다. 눈은 항상 피곤한 상태이며 어깨와 팔도 아프다.
장단점을 골고루 다 가진 그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삶이 특정한 어떤 것에 매여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할 수도 있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상황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 휴대전화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삶이 그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