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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그들만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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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개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8/16 09:35 수정 2016.08.16 09:35













 
↑↑ 박언서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최근 우리나라는 일명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정부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개혁입법이라고 하나 일반 국민은 호기심을 가질 뿐이다. 개혁 성공 여부는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에서 비롯되고, 누구 이익을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개혁조치를 봐 왔다. 이러한 조치들이 지난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해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들만의 리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할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수용하고 불리하면 반대한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옳고, 불리하면 나쁘다고 판단해 버린다. 운전자들은 신호위반 등으로 적발되면, 통상적으로 한 번만 봐 주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이 스티커를 끊는 것이 옳은 것이고 적당히 봐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스티커를 끊으면 그 경찰관을 나쁘다고 하고, 적당히 봐 주면 좋은 경찰관이라고 한다.


진정한 개혁은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고 자신 이익만 좇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는 기득권자들은 항상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 이익을 위한 개혁은 또다시 개혁 대상이 돼 버린다. 국민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망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상앙은 당시 변방국이었던 진나라를 개혁해 부국강병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상앙의 개혁정책으로 진나라는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육국을 통일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법가철학을 신봉한 상앙은 위나라 공손좌라는 사람 식객으로 있었다. 공손좌가 죽고 실의와 절망에 빠진 상앙은 당시 적국이던 진나라 효공에게 백성들이 믿을 수 있는 신뢰의 정치를 주창해 발탁됐다.


신뢰의 정치를 주창해 발탁된 상앙은 신뢰의 정치를 버렸다.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법과 제도를 통해 백성을 통제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진나라 효공은 법치의 환상에 젖어 상앙을 신뢰했다. 효공이 죽고 승승장구하던 상앙도 반대파와 백성들에게 쫓겨 도망가게 된다. 국경 근처 민가에 숨은 상앙은 ‘도망자를 숨겨 주면 숨겨준 사람도 처벌한다’는 자신이 만든 법에 걸려 민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됐다.


상앙은 자신이 법가의 신봉자였으나, 자신의 발탁을 위해 신뢰의 정치를 주창해 효공과 자신을 속였다. 상앙은 법과 제도를 통해 백성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가혹하게 적용해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 또한 법치가 불변의 진리가 아님에도 진리인 것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도 속였다. 당시 적국이던 진나라에 봉사하다가 자신에게 불리하니까 도망간 행위는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앙의 속임수에 의한 개혁정책으로 진나라는 육국을 통일했으나, 백성 지지를 얻지 못했다. 통치권 강화를 위한 상앙의 개혁은 각종 규제와 폭정으로 이어졌다.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군웅들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봉기했다, 진나라 3대 자영은 항우에게 항복했다. 진의 수도 함양에 먼저 입성한 유방은 모든 법령을 정지시키고 세 가지 법령만을 공포함으로써 백성 지지를 얻어 한나라 400년 기업을 마련했다.


결국 김영란법이 개혁입법이냐 아니냐는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에 달려있다. 부정부패는 사라져야 하지만 일반 국민은 부정부패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부정부패는 기득권 집단에 진입하거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삿값이 3만원이든 5만원이든 큰돈이다. 많은 근로자는 일당에 해당되는 돈으로 식사 대접까지 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할 여력이 없다.


상앙은 개혁 명분으로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을 추구한 것이기에 실패한 개혁이다. 따라서 개혁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개혁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개혁은 법과 제도 만에 의해서 이룩하는 것도 아니다. 공중버스 안에서 흡연자가 없어지듯이 타율적 규제보다 누구나 공감하는 자율적 규제로 실현해야 한다. 또한 개혁은 기득권자들이 국민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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