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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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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본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8/30 09:40 수정 2016.08.30 09:40
가을은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기
건강한 지역신문으로 살아남기
나쁜 버릇과 싸워온 지난 13년
첫 마음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길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이승환 ‘물어본다’


거짓말처럼 불과 며칠 사이 날씨가 달라졌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최근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고 맑은 하늘은 시야를 상쾌하게 열어준다. 불과 엊그제까지 무더위에 시달리며 가을을 기다렸는데 막상 가을이 예고 없이 성큼 다가오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공원에 하나둘 해맑은 표정으로 가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 언제 무더위에 지쳐 있었냐는 듯이 사람도 자연도 생기를 띈다. 반팔 셔츠 소매 아래로 검게 그을린 피부가 가장 더웠다는 여름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곧 집집마다 전해질 8월 전기요금 고지서도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취재 일정표를 들여다보니 주말마다 이어지는 각종 행사가 빼곡하게 기다리고 있다. 여름 내내 잠잠했던 행사가 가을을 맞아 기지개 켜듯 일정표에 자리를 잡고 있다. 휴식 없는 주말을 취재기자들은 또 보내야 한다. 일정표에 갇혀 숨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듯이 겨울도 성큼 다가올 게 분명하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올 한 해 계획했던 일들을 돌이켜볼 새 없이 겨울이 오면 다시 내년을 걱정할지 모른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계획들을 하나둘 꺼내놓고 살펴볼 겨를도 없이 시간이 지날지 모른다.


다음 주인 9월 6일 화요일, 창간 13주년 특집호를 준비하고 있다. 매주 발행하는 신문이지만 창간특집호는 언제나 조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창간특집호를 발행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양산시민신문이 그렇게 13년이란 세월을 쌓아가고 있다.


처음 양산에 건강한 지역언론을 만들겠다며 하나둘 모인 사람들, 의지들이 이어져 지금 양산시민신문의 모습을 갖춰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지금도 겪고 있다. 첫 마음과 달리 불안한 경영상태에서 마주쳐야 하는 유혹은 차마 떨쳐버리기 힘들었던 적도 부지기수다. 점점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부족한 역량을 탓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처음 기자로 양산시민신문에서 일할 때 양산시민신문이 어떤 신문인가를 묻는 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저희는 나쁜 버릇이 없습니다”


일부 건강하지 못한 지역신문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지역신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역량 탓에 지역신문 위상을 낮춰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 질문을 던질 때 이런 편견과 오해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쁜 버릇이 없다는 말은 기존 언론과 다른 무엇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실제 양산시민신문 기자들은 젊다. 젊어서 경험이 부족할 수 있지만 기존 언론이 되풀이하는 잘못된 관행에서도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양산시민신문이 어떤 신문이냐고 물어볼 때 자신 있게 나쁜 버릇이 없는 신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물어본다.


양산시민신문은 양산의 성장과 13년을 함께 해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 목소리를 담아왔고, 일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신문, 지역언론으로 양산시민신문이 가야 할 길은 가시밭길이다. 무엇보다 양산시민신문이 양산시민에게 필요한, 의미 있는 지역신문인가라는 질문은 10년, 20년이 더 지나도 계속되리라.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괴롭혔던 여름이 지나갔다. 양산지역에서 건강한 지역언론으로 유혹을 뿌리치고 살아남는 일이 끝나지 않는 무더위처럼 여겨질 때마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 결실을 다시 이야기한다.


지금 양산시민신문의 모습이 첫 마음처럼 꿈꿔왔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 건강한 지역언론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흡족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나쁜 버릇이 없는 신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것과 달리 어느새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건 아닌지 되묻는 것은 가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위에 지쳐 새해 세웠던 계획을 잊고 지내다 무심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이하고서야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듯 해마다 창간특집호를 발행할 때가 다가오면 첫 마음과 나쁜 버릇을 함께 떠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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