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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 양산시민신문 |
처음 1년은 양산에 ‘탐색과 적응 중’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1년이 지나고 나면, 양산이 어땠는지, 양산에서 무엇을 했는지, 이제 살짝 그 모습을 보여준 양산에서 진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식으로 답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벌써 1년, 처음 만든 명함 300통을 다 쓴 거로 봐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난 건 사실이다. 우선 사무실에 혼자 심심하게 있다가 부산YMCA에 다니는 유능한 간사를 ‘꿈의 직장’이라고 꼬드겨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서 YMCA가 팔팔 살아 뛰는 활어처럼 양산에 있다고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경남교육청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어린이ㆍ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을 경남의 YMCA에 위탁했고 양산Y도 하겠다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또한 급하게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물색하고,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민주시민을 위한 책모임’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맞춰 가는 학습 공동체로 성장 중이다.(그런데 2016년 도의회에서 YMCA가 민주시민을 가르치는 빨갱이(?) 단체라는 이유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YMCA를 꿈꾸며 작은 동아리들과도 만났다.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용기를 가르쳐주는 초아동아리는 길거리에서 유기견 입양 캠페인과 위안부 바로 알기 캠페인을 준비했고, 대학생 환경동아리 그린그린은 마을 환경축제를, 대학생 경제동아리 폴라리스는 경제교육을 준비한다고 YMCA회관을 밤늦게까지 점령하곤 했다.
또 태어나서 내가 찍은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신기한 경험을 양산에서 했다. 보궐선거도 함께 이뤄진 양산 개표 결과가 궁금해 양산시민신문 선거 인터넷사이트를 새벽까지 들락날락하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게다가 신문지면에 내가 글을 쓰고 있다니!!)
아직도 진행 중인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를 위한 양산대책위와 신고리 4, 5기 반대 깃발을 함께 든 탈핵양산시민행동(준)을 통해 실제로 양산에서 움직이고 있는 민주시민단체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만남을 통해 양산이 참 매력적인 곳임을 배운다. 청년과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슬쩍 옆에서 “함께 해볼래?”라고 말만 건네면 젊은 불꽃이 확 당겨질 기분 좋은 예감이 드는 도시이다.
청소년을 위한 야간 놀이터에서 만난 한 외국인노동자 청년은 양산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아서 본인도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약속날짜를 정한 후 실제로 Y청년들과 함께 자원봉사 부스를 진행했다. 다문화 청년들, 외국인노동자 청년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청년밥상이 가능한 지역, 자발적 무상급식 운동을 통해 스스로 업그레이드된 학부모들이 살고 있는 지역, 선한 일에 마음과 시간을 내는 교양 있는 시민이 반대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 이것이 1년간 나에게 살짝 보여준 양산의 모습이다.
요새 나는 다 늙어서 소녀감성 팬심(Fan心) 장착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남자 어때? 목소리 끝내주게 섹시한데”라고 떠들고 다닌다. 목소리만으로 금방 사랑에 빠지게 만든 이 뇌섹남은 아침마다 운전을 하면서 듣는 뉴스 팟캐스트에서 경제의 속살이라는 코너를 담당하는 기자인데 그가 소개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position warfare, 陣地戰)’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자본의 벽을 수없이 많은 작은 진지를 구축해서 끊임없이, 꾸준하게 싸워서 넘어 보자고 우리를 꼬드긴다.
나는 흔쾌히 그 꼬임에 넘어갈 생각이고, 더불어 양산에서 작은 진지들을 있는 힘껏 만들어 도저히 답이 없는, 감히 국민을 그리고 양산시민을 무시하는 일, 매일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일들에 즐겁게 맞서 싸워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