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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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주(이예원 어머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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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공포증….
“큰 아이 예원이가 느끼는 공포증이 뭘까?”하는 궁금증과 “혹시나 내가 아닐까?”하는 불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접했다. 부모가 레오폴도에게 일방적으로 책을 권유하자 자기 마음을 모르는 것에 화가나 급기야 가출하는 주인공 레오폴도.
나는 그림에서 레오폴도 부모 시선이 나의 시선임을 느꼈다. 나의 입은 언제나 아이들을 향해 목소리는 커지고 있었지만, 눈은 아이를 향해있지 않았다. 아이가 쫑알거리면 너는 좀 수다스럽다며 핀잔을 주다가 대수롭지 않게 듣기 일쑤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왜 자기 말을 무시하냐며 짜증을 내는 순간이 많았다.
부모를 통해 대화의 공포를 배운다면 얼마나 큰 불행일까? 얼마 전 아이가 말한 것이 계속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요즘 엄마한테 말하는 게 무서워. 말만 하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너무 객관적으로 말하니 좀 그래”
처음에 웃어넘겼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이게 엄마한테 말하는 게 두려운 공포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가장 편한 상대로 아이 편에 있어야 하는 나는 아이 눈이 아닌 오로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 같다. 이 책은 가장 따뜻한 공간이 돼야 하는 집마저 아이가 대화의 즐거움을 못 찾게 만드는 내가 참으로 부끄러워지도록 만드는 책이었다.
“예원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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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석산초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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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공포증’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당황했다. ‘공포증’이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레오폴도가 책이 싫어서 책 읽는 것을 거부한 것인데 그것 때문에 ‘종이공포증’이라니…. 나는 레로폴도에게 ‘종이공포증’이 걸렸다고 말한 의사 선생님께 달려가 따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레오폴도도 당황했을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레오폴도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비록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 덕분이지만 레오폴도가 할아버지께 서점에서 책을 읽어 드리려고 했고, 못 읽어 드렸지만 그 뒤에 다시 읽어 드렸기 때문이다. 만약 레오폴도가 할아버지를 위해 다시 책을 읽어줄 생각을 안 했으면 계속 책을 싫어하고, 종이공포증을 계속 가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레오폴도는 책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눈이 나빴던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레오폴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레오폴도, 속상하다고 무조건 가출을 하지 말고 너의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부모님께 말해봐. 그러면 네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부모님이 이해할 거고,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