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
실수처럼 내 손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낮달처럼 내 품속에서 떠나간
사랑의 체온,
흐르는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숨을 죽인다
이제 내 마음 속에서
아프게 아프게 되살아나는
지난날의 그림
모든 이웃을 등지고
마을을 떠나는 이 죄인의 그림자를
지신밟듯 짓밟고 가는
소 한 마리
성황당 비탈의 상수리나무에서
일제히 뜨는 새들이 부럽다
젖무덤 같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너머
불타는 노을이 그립다
이 적막함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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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화자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을 부러워한다. 자신의 과거 속에 추억의 자리이면서 상처의 자리이기도 한 상수리나무에서 아프게 되살아나는 지난날의 그림을 떠올리며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감정들이다.
시적 화자의 감정과는 달리 나에게 있어 상수리나무는 동심의 진원지다. 곳곳의 구멍에서 서식하는 장수풍뎅이, 일개미 등을 관찰하며 놀았던 유년의 벗들과 좋은 추억이 남겨진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이맘때면 상수리나무, 일명 굴밤나무 열매로 엄마가 만드신 도토리묵(선조 임금님이 피난시절 반찬이 없어 드시게 된 후 수라상에도 오른) 맛은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