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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
ⓒ 양산시민신문 |
우선 지난해 배운 1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동아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후배들을 모집했고, 학교에 계시는 한 선생님에게 동아리 선생님이 돼 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필자에게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학생이 직접 동아리를 운영하고자 담당 선생님을 모시는 파격적인 자율수업을 실행한 것이다. 또한 마을에서 활동하는 커피전문가인 필자에게 연임할 것을 권유할 만큼 마을 인적자원을 활용한 연계활동이었다. 정말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시스템 교육활동이라 볼 수 있겠다.
사실 카페사회사업을 하고 있고, 그래서 필자를 카페사회사업가라고 마을에 소개하면서도 자비량(스스로 먹고사는) 사회사업가 현실 때문에 이 수업은 강의료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일년 과정 수업에다가 카페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준비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수업이었다. 하지만 감히 학생들 권유에 거절을 한다거나,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을 만큼 학교 자율수업 시스템과 학생들의 주도적인 면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사회사업을 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업혀 가는 기분이다.
양산고등학교가 자율형고등학교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토록 학생들이 자유롭고 주도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이 이야기가 우리만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학교라는 곳이 그렇게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커피동아리 학생들은 아주 특별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특별함이 양산고등학교에서는 보편적이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학교 선생이 아닌 만큼 학교와 교실 학생들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나 책에서 간간이 읽는 내용을 보고 있으면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에도 입시 위주, 선행학습은 이미 교육의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미지보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훨씬 많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보기 좋게 깨졌고 필자는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부산에 있는 동의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실업계 학교인 만큼 2학년부터는 실기 위주였고, 이른바 자유롭게 하루 4시간 이상을 실습에만 의존했다. 그래서 필자는 2학년 때부터 수능을 준비했고 실습실에서 하루 종일 수능공부를 했다. 그때에는 친구들은 물론 담임선생님조차 이상한 시선으로 곱지 않게 보셨다. 그리고 필자는 수능으로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공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정말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를 자율학습에 있다고 본다. 공업 쪽이 내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래서 빠르게 수능이라는 대학입시로 전환했다.
학교수업에서는 입시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므로 혼자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학생으로 보자면 특이한 학생이었고 맞춤형 수업도 해줄 수 없었지만 실습시간이라는 자율수업 덕분에 무난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필자가 지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양산고 학생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거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야만 “학생들이 바로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계가 추진해 나가야 하는 철학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었던 9월 23일에도 수업을 진행했다. 가을 날씨가 좋아 모처럼 야외수업을 했다. 소소봄에서 가까운 오봉산 밑 정자 아래에서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핸드드립 기구로 커피 한 잔을 내려 먹었다. 근처 주민들에게도 내린 커피를 대접했다. 학생들은 자유로웠고, 청소나 기구정리 등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잘했다. 다음 달에는 양산복지관으로 커피 대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는 이렇게 웃으며 수업하고 즐겁게 교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