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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현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 원장 | ||
ⓒ 양산시민신문 |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전국적인 개발정책 증가로 인한 구제발굴(개발에 의해 유적이 사라질 경우에 행하는 발굴)을 감당하기에는 문화재청 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개발정책으로 인한 발굴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화재청에서는 비영리법인의 새로운 조직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문화재 발굴조사 대부분을 담당하는 재단법인의 출현이다.
재단법인 효시는 1994년 대구광역시의 (재)영남문화재연구원이 개원한 이래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약 100개소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영남지역에만 40개소에 이르는 문화재연구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경기도, 서울특별시, 충청도 순이다. 유독 영남지역에 문화재연구원이 집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신라ㆍ가야문화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경우는 11개소 문화재연구원이 있다. 창원시 4개소, 진주시 3개소, 함안군 1개소, 김해시 3개소, 양산시 1개소가 있다. 각 시ㆍ군에 소재하는 문화재연구원은 전국적인 문화재발굴조사 수행도 가능하지만 지역적 특성상 주로 영역권을 형성하며 활동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정부기관과 각 지자체,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시행자가 실시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앞선 구제발굴을 담당하고 있으며, 출토된 자료와 유물을 임시적으로 보존ㆍ수장해 국가귀속 후 국립박물관 등으로 이관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분포하는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학술용역(문화재 지표조사ㆍ발굴조사)을 수행해 중요유적에 대한 지자체의 종합정비ㆍ복원사업 등에 학술적 기초자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관내 지자체와 문화재연구원 상호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지역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정보와 특성을 관내에 있는 문화재연구원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자체나 관내 대학, 민간단체, 기업체와 연계해 시민에게 지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회교육, 학술교류, 장학사업 등을 통해 지역문화 우수성과 소중함을 인식시켜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비영리 재단법인 역할을 쉽게 요약하면, 문화재청 허가와 관리ㆍ감독을 받으면서 문화재청이나 지자체가 해야 할 문화재발굴조사 등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은 전혀 없으며, 문화재보호법상 개발을 행하는 시행자가 부담하는 문화재발굴조사 비용으로 연구원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반도문화재연구원 역시 양산시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 신라와 가야문화유적을 연구하고 발굴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재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보면, 개선되길 바라는 문화재 정책에 대한 생각을 쉽게 가지게 된다. 필자가 느낀 점은 관련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체계적인 문화재 정책을 수립한다면 지자체 도시개발과 시민의 문화재 행정에 대한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양산시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수행하면서 개선돼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양산시 매장문화재 분포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정문화재에 대해서는 행정서류상 확인이 되지만, 비지정문화재 경우는 관계자 외에는 시민이 알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그곳에 땅을 매입해 개발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비지정 문화재로 인해 공사 기간은 물론 비용도 증가해 지자체 공무원과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 불만은 고스란히 문화재연구원으로 화살이 날아드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개발대상지에 대해 비지정매장문화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땅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구입 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축설계사나 지자체 건축허가서류로 인해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시민의 문화재보호법에 대한 인식이다. 관련 지자체에서는 개발계획수립 후 개발대상지에 대한 사전 문화재영향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대규모 사업은 대체로 잘 반영되고 있으나, 중ㆍ소규모 개발사업은 개발면적이 작아 타 부서에서 주무부서(문화재)와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문화재로 인한 공사 기간이나 예산 등이 증가해 사업자 민원이 야기되기도 한다. 따라서 개발계획수립 이후에는 개발대상지에 대한 매장문화재 존재 유무는 물론 확인된 문화재 조사 기간과 비용이 얼마나 산정되는지를 예산에 책정해 둔다면 시급성을 요하는 도시개발정책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양산시에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곳이 여러 개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북정ㆍ신기동고분군이다. 그 중요성으로 인해 양산시립박물관이 건립된 것이다. 대체로 정비가 잘 돼 있는 북정ㆍ신기동고분군을 벗어난 여타 사적지나 도 기념물을 보면 관리체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물론 예산 부족이 그 이유지만 언제 배정될지 모르는 예산을 이유로 국가사적이나 중요문화재에 대해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파괴, 도굴, 유실 등이 진행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될 것이 뻔하다. 지정문화재라도 장기적인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전 차츰차츰 기본적인 홍보와 관리가 반드시 수반돼 더 이상 파괴가 이뤄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중요문화재에 대한 지정은 그 주변 토지 등 사유재산에 대한 규제로 인해 주변 관계자 민원이 많이 발생해 끊임없이 관련 지자체와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지정문화재에 대한 방향은 이전과는 달리 지역 우수 지정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유네스코)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사례도 차츰 증가하고 있다. 또한 대구 팔거산성 등과 같이 비지정문화재나 도 기념물을 지자체와 문화재연구원이 상호협력해 국가사적 등으로 지정을 요구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사적이나 도 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반드시 제대로 된 관리와 홍보가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또한 시민에게 널리 홍보해 지역문화 소중함과 우수성을 인식시켜 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정문화재 역사ㆍ문화ㆍ관광자원화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지자체 문화재 정책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