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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공유경제를 통한 양산시와 부산대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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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공유경제를 통한 양산시와 부산대 동반성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10/11 09:03 수정 2016.10.11 09:03













 
↑↑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
ⓒ 양산시민신문 
총장으로 선출되고 임용되기까지 나는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힘든 기다림의 시간은 등산의 즐거움(樂)과 한 인간의 왜소함을 깨닫게 했다. 거산(巨山)에서 사람은 흔적조차 희미해진다. 산이 곧 주인공이자 지배자요, 인간은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



양산(梁山)의 산들은 이런 나를 안아 주기에 충분했다. 오봉산에 올라 양산시를 바라보면 도시 한복판에 부산대 양산캠퍼스가 있다. 양산캠퍼스 33만평은 우리 대학 미래의 땅이자 양산시 미래의 땅이기도 하다. 최근 양산시청 직원 700여명을 상대로 ‘소통과 참여의 힘, 집단지성’이란 특별강연을 했다. 대학과 지자체 간 소통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귀중한 자리였다.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 저투자’가 지속되는 과거 경제 형태와 완전히 다른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기술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 회장이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은 “지금까지 이보다 더 큰 기회도, 더 큰 위험도 존재했던 적이 없다”라고 했다. 혁명 앞에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90년대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 전반 패러다임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큰 성공을 거둔 인터넷 기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남보다 미래를 조금 일찍 준비했던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다. 기회는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는 화살과 같다. 큰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는 결국 사람이 재산이다. 바로 집단지성이 필요한 때다. ‘집단지성’은 사람들 간 협력과 경쟁을 통해 얻은 지적 능력이다. 현명한 ‘우리’는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다.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보다 훨씬 영향력 있는 위키피디아 성공 요인은 인터넷이라는 ‘오픈 플랫폼’ 상 ‘소통과 참여’를 통해 집적된 집단지성의 힘이다. 집단지성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난 5월 영국 작은 시골마을 레스터에 기적이 일어났다. 인구 30만 작은 도시 레스터 소속팀인 레스터시티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창단 132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그들의 우승이 더 남다른 것은 진정한 ‘마이너들의 반란’ 즉, 집단지성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 팀 베스트11 총 이적료는 손흥민 선수 1인 이적료에 불과했고, 시즌 전 우승확률은 0.02%로 예측됐다. 그러나 라니에리 감독은 선수들 열정을 일깨웠고 모든 선수가 최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집단지성을 작동케 했다.


지난여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시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를 방문했다. 내년이면 개교 200주년을 맞이하는 미시간대학은 공원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캠퍼스와 105년 전에 지어진 5천석 규모 오케스트라 홀, 그리고 23개 고풍스러운 도서관과 13개 박물관 모습에서 이 대학이 시민의 자랑이자 사랑받는 대학으로 성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히 10만7천여명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경기장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침 내가 방문했을 때 세계적 명문 축구팀인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영국 첼시 축구 경기가 열렸다.



양산시와 비슷한 인구 30만명 앤아버에 소재한 대학이 어떻게 이러한 세계적 이벤트를 열 수 있었을까. 대학은 지역 ‘지적(知的)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지역시민은 대학을 성장시키는 공동주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시간대학 대규모 기금 모금 캠페인에 많은 지역 시민이 소액기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미시간대학 기부모금은 3조5천여억원이나 됐다. 기부자 수는 32만여명에 달했고, 그중 83%가 100만원 이하 소수 기부자이다.


한마디로 집단지성을 활용한 공유경제 개념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코드로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플랫폼은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서 전 세계 기업 문화와 생존 전략을 바꿔놓았다. 플랫폼 혁명 핵심은 ‘무소유’다. 세계 최대 숙박회사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소유한 호텔이 없고, 세계 최대 택시회사 우버(Uber)도 소유한 택시가 없다. 공유경제를 활용해 성공한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다.


대학 존재 목적은 지식 축적, 전수와 창출이다. 지식 전수와 창출은 학생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즐겨 기르는 관상어 ‘코이(Koi)’는 어항에서 키우면 10cm까지, 연못에 넣어두면 30cm까지, 강물에 풀어주면 10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환경이 다르면 성장이 다르다는 ‘코이의 법칙’이다. 오케스트라 홀, 도서관, 박물관, 경기장과 같은 거대 문화시설을 도시가 소유하지 않고 대학 캠퍼스를 통해 공유할 이유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홀에서 배우고 연습한 학생 미래와 그렇지 않은 학생 미래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미시간대학과 앤아버시 공유경제에서 우리 대학과 양산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봤다. 지난해 인구 30만명을 돌파한 양산시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빠른 도시다. 나동연 시장 취임 이후 교육분야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명품 교육도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학령인구 이탈 감소와 높은 대학 진학률로 되돌아오고 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원동중학교가 양산시와 지역주민, 지역기업인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더욱이 야구부를 창단해 전국 제패까지 이뤄낸 것은 상생의 힘과 양산시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우리나라 기부 역사상 최고액인 305억원을 쾌척한 경암 송금조 선생의 뜻에 의해 부지가 확보됐다. 의ㆍ생명 특성화 캠퍼스 단지를 품어 우리 대학이 동북아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이제 양산시와 부산대가 공유경제를 활용해 비어있는 ‘미래의 땅’에 꿈을 채워야 할 시점이다.



IT기술로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쉐어러블’ 창립자인 고렌플로는 “공유경제 반대는 자살”이란 말로 공유경제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산이 고향이면서 자수성가한 경암 선생의 큰 뜻이 양산시민에 의해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다. 이는 양산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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