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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워킹맘은 죄인입니다
오피니언

워킹맘은 죄인입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6/10/25 09:18 수정 2016.10.25 09:18













 
↑↑ 엄아현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수족구입니다”
“네… 네? 10월에 웬 수족구요? 그럼… 어린이집 못 가요?”
소아과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그날 또 잠을 설쳐야 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누구한테 맡기지?’ 밤새 고민한 결론이 결국은 또 친정엄마였다.


나는 2살, 5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3년째 주말부부로 그야말로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둘째를 낳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해 13개월 쉬고 지난 4일 복귀하자, 만나는 사람마다 공통으로 이런 말을 했다.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요약하자면 “좋은 회사 다니네요”였다. 아침부터 엄마 허벅지를 끌어안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하러 나온 사람 입장에서는, 인정은 하지만 속이 아팠다.


그나마 아이가 안 아프면 싸워볼 만한 육아전쟁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열감기라도 걸리면 엄마는 밤낮없는 전쟁터에 내몰린다. 더욱이 전염병이라니….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두 아이를 격리해야 한다.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안기고 출근했지만 정신은 온통 집에 가 있다. 하루종일 핸드폰을 옆구리에 끼고 인터뷰 중간에도 친정엄마 전화는 빠짐없이 받았다. 회사에도 친정엄마에게도 나는 죄인이 되는 셈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워킹맘은 집이랑 회사 양쪽에서 욕먹지만 골드미스는 적어도 회사에서 욕은 안 먹는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외벌이로는 그야말로 ‘밥만 먹고 살아야’하는 경제구조와 ‘가정주부=일이 없어 집에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관념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만 2세 미만 영아에 대해 부모와의 애착형성을 이유 삼아 가정양육을 권장하고 시설 이용률은 30% 미만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만 0~2세 사이 아이들의 시설이용률은 50%에 육박한다.


눈에 띄는 것은 해당 연령대 자녀를 둔 엄마들 취업률이다. 우리나라 경우 이들 중에서 직장을 가진 경우는 33%로 3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하다. 엄마의 취업률이 어린이집 이용률보다 낮은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무상보육이 낳은 폐해’이니 ‘엄마가 귀찮아서 애를 시설에 보내고 개인시간을 누린다’느니 하면서 욕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엄마를 채용해줄 기업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직장생태계에서 밀려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들 상당수가 결국 취업률 통계에서 빠지는 시간제 일자리로만 전전하고 있다.


얼마 전 본지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양산을 말한다’는 기획기사를 보도한 적 있다. 양산시 전체 인구 가운데 0~9세 영유아 인구비율이 11%에 육박한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 키우고 있는 워킹맘은 물론 열심히 아이 키우지만 잠자고 있는 아까운 여성 인력 또한 양산에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정부 혹은 지자체가 육아휴직을 의무화시키고, 가정양육을 할 경우 지급하는 양육수당을 확대해야 한다. 예산 타령하며 또 우물쭈물 하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사회 위기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더는 죄인이 아닌 당당한 워킹맘이고 싶다. 혹시나 모를 일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면 내가 셋째가 낳고 싶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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