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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위기 청소년의 한 줄기 빛, 대안가정 ‘사법형그룹홈’..
사회

위기 청소년의 한 줄기 빛, 대안가정 ‘사법형그룹홈’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6/11/08 09:34 수정 2016.11.08 09:34
양산 첫 사법형그룹홈 개소
청소년회복센터 ‘푸른열매’

가족해체로 버려진 소년범들
내 집 같은 따뜻한 보금자리

부부 센터장 자비로 집 마련
국비 지원 안돼 재정 어려워

거리를 방황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가출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 불리며 사회와 더욱 단절돼 간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이 범죄에 왜 가담하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결국 가출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 등 잘못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만,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만 반복된 비행을 저지르거나 범죄 피해자가 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의 구조요청 신호를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 신호에 응답한 어른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에게 죄를 구형하는 소년판사다.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소년범들의 또 다른 가정인 사법형그룹홈을 만든 것이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원에 갈 만한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선처가 아니라 방임이다. 청소년이 돌아갈 곳이 있는지까지 챙기는 것이 진짜 선처다.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가정이지만 해체된 가정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대안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안가정이 양산에도 생겼다. 사법부 공식 명칭은 청소년회복센터로 지난 7일 서창동에 사법형그룹홈인 푸른열매청소년회복센터가 개소했다. 푸른열매는 경남에서는 7번째, 전국에서는 18번째로 문을 열었다. 2010년 진해를 첫 시작으로 현재 경남 6곳, 부산 6곳, 울산 2곳, 대전 3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상은 9세~19세 남자 청소년이며 정원은 10명 내외, 보호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이다.


푸른열매는 실제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옥연호ㆍ조영선 부부가 자비를 들여 문을 열었다. 사법부 주도로 설치되지만 실제 운영은 청소년 선도에 뜻을 가진 민간인 몫이다. 이들은 비행 청소년에게 진짜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해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부모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옥연호 센터장은 “아침에 눈을 뜨고 학교 등교부터 일반 가정과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기술을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면서 규칙적이지만 자유롭게 생활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잘 자라주는 것이 우리 부부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소년재판부에서 1호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만 갈 수 있다. 소년재판최종 결정을 ‘소년보호처분’이라고 한다. 1호에서 10호까지 단계별 결정이 있는데, 1호 보호처분이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위탁’이다. 2호~7호까지가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관 보호관찰, 소년보호시설이나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위탁이며, 8호부터 소년원 송치 명령이 내려진다.


양산지역도 소년범으로 불리우는 비행 청소년들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2013년 616명, 2014년 351명, 2015년 487명, 2016년 396명의 양산지역 소년범들이 소년법원으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았다.


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양수 계장은 “아동학대 등 피해아동 경우 보호받지 못하는 가정보다는 쉼터나 그룹홈과 연계해 생활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비록 가해자일지라도 이들이 사법형그룹홈을 통해 가정과 같이 따뜻함을 느끼고 관심ㆍ보호ㆍ사랑을 받으면 분명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개소를 환영했다.


하지만 푸른열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재정문제다. 법원이 위탁한 1명당 매월 4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지원 전부기 때문이다. 푸른열매 역시 센터장 부부가 직접 살 집을 마련하고 가전ㆍ가구 등 시설비를 충당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어려움뿐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까지 짊어지고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법형그룹홈을 처음 시작했던 천 판사가 청소년복지지원법 일부 개정을 제안해 가까스로 공식 시설로 인정받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지원은 거부하고 있다.


천 판사는 “일반 청소년뿐 아니라 위기청소년도 우리 미래다.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주고,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한 어른의 잘못으로 우리 미래를 참담하게 만들지는 말자”며 관심과 이해를 당부했다.


<푸른열매청소년회복센터 후원계좌>
국민은행 122101-04-196723 사단법인 만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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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초로 사법형그룹홈 시작한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



“위기에 빠진 아이가 도움 청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 돼 달라”



법정에서 호통치는 ‘호통판사’, 소년보호처분 최고형을 자주 내려 ‘천10호’ 등 천종호 판사를 지칭하는 별명이 많다. 엄격해 보이지만, 사실 아버지와 같은 애정이 묻어 있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년범들의 ‘대부(代父)’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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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행 소녀가 있었다. 남자친구 사이에서 임신을 했는데, 소년원에 가기 싫어 성폭행을 당했다며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낙태를 하지 못하게 소년원 생활을 하게 했고, 산달이 다 돼 집으로 돌려보냈다. 소녀는 출산 이후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사건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진짜 아빠였다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법관 양심과 아빠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천 판사는 법정 밖으로까지 나왔다. 법관 양심을 넘어 아버지로서 마음까지 움직인 것이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에게 보호자를 자청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법형 그룹홈이다.


“대안가정이 선진국에는 흔히 있다. 독일 위기청소년 전용 하임, 일본 아동자립지원시설 등이 그 예다. 우리만 그런 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두고 볼 수 없어 나섰다. 이제 법적 지원체계를 만들었으니 예산만 지원되면 사법형 그룹홈을 수도권까지 확산할 것이다. 방황하는 청소년과 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 애태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천 판사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위기 청소년에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도와 줄 사람이 없으면 나한테라도 연락하라’고 늘 말해 왔다.
“단 한사람이라도 의지할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단 한사람이 돼 주기를 양산시민신문 독자들에게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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