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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개그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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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6/11/22 10:42 수정 2016.11.22 10:42













 
↑↑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터널에 붕괴사고가 났다. 터널에 갇힌 피해자는 사고 신고를 위해 터널 담당 시설과에 전화했다. “산사태로 터널이 붕괴됐다”고 말하자 시설과 공무원은 “산은 산림과 담당”이라고 전화를 돌렸다. 산림과 공무원이 주변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피해자는 먼지가 가득하다고 알렸다. 산림과 공무원은 “먼지는 환경과 담당”이라며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환경과 공무원은 터널에 산소호흡기를 비치해 놨다고 해결책을 얘기하지만 “케이스가 열리지 않는다”는 말에 이내 “산소호흡기는 우리 담당이지만 케이스는 시설과 담당”이라며 전화를 또 다시 돌려 버렸다. 

 
답답하기만 한 이같은 상황이 다행히 현실은 아니다. 영화 ‘터널’을 패러디해 각종 사고에 대처하는 공무원의 직무유기 태도를 풍자한 한 개그 프로그램 속 장면이다. 위급한 터널 안 상황과는 반대로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떠넘기는 관공서 모습에 웃픈(웃으면서도 슬프다)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웃음 뒤 씁쓸함이 남는 것은 우리네 현실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일 터. 

“담당 부서가 아니다”는 말. 공공기관에 민원전화를 해 본 사람은 한 번 쯤 경험한다. 두 세 차례 전화 돌리기 경험도 그리 어렵지 않다. 급한 전화인 경우 속 터지기 십상이다. 기자인 나 역시 취재 전화를 했을 때 흔히 겪는 일이다. 

최근 ‘경남도 최초’, ‘규제개혁 우수사례’라고 자랑하는 양산시 역점사업이 있다. 바로 푸드트럭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있기에 양산시는 푸드트럭 운영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홍보시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행정에 불만이 가득하다. 이유는 이렇다. 

푸드트럭이 영업하고 싶은 장소가 있으면 해당 장소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정한 공간을 영업장소로 지정받아야 한다. 그 장소가 하천이나 강변이면 건축과에, 공원이면 공원과에, 체육시설이면 교육체육과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행사장이면 그 행사를 주최하는 담당 부서, 즉 삽량문화축전은 문화관광과에, 웅상국화향연은 웅상출장소에, 러브투게더프리마켓은 제2청사에서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끝이 아니다. 장소 허가를 받으면 각종 영업신고 시 필요한 서류를 챙겨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면 푸드트럭 업무는 보건소에서 하는 건가? 아니다. 보건소는 신고만 받는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푸드트럭을 관리ㆍ감독하는 총괄부서는 없고, 장소에 따라 행사에 따라 사안에 따라 알아서 해당 부서를 쫓아다니며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양산시는 2012년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호에 발맞춰 원스톱민원봉사팀을 신설했다. 과거 일반공장 건축업무는 건축과, 공장설립허가는 기업지원과, 토지형질변경업무는 도시과 등 8개과에서 하던 28개 업무를 통합해 1개과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건축 인ㆍ허가 절차가 간소해지면서 민원만족도 상승은 물론 타지자체 벤치마킹 사례로까지 평가받았다. 

얼마 전 푸드트럭 관련 조례까지 만들어 푸드트럭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담당 부서’다. 영업 가능한 장소를 안내하고, 허가 절차를 밟아주고, 신고 접수를 받아주는 푸드트럭 담당 부서가 필요한 것이다.

“담당 부서가 아니다”는 개그 대사를 현실에서 직접 들으면 막상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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