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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장열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 ||
ⓒ 양산시민신문 |
분노한 시민은 거리로 나왔고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국민이 요구했던 규범적 기대가 국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개체화된 시민사회가 정치적 공동체로 포용되는 과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 속에 또 다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려 1 지금 혼란 정국은 재벌 언론, 조선일보에 의해 설계, 진행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미 MB에 의해 폭로됐던 박근혜 주변 인물들은 조선일보에 의해 폭로, 공론화됐다. 그간 뉴스타파나 JTBC, 한겨레 등의 활약으로 다양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긴 했다. 그런데 빙산의 일각인 지금 혼란을 조선일보는 서둘러 수습, 정리하려 한다. 여전히 조선일보가 내놓는 사설들을 지켜보면, 사건의 전체적 윤곽에 그들은 선을 긋고 국민 여론과 심지어 정부, 정당들의 움직임까지도 컨트롤하고 있는 수준이다(방만한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으며 혼란을 주시하면 알 수 있다).
우려 2 지금 혼란 정국은 박근혜 사람들에 의해 수습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최순실 사건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소추 특권으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이 있었다. 그리고 검찰은 최순실과 우병우를 조사하는 가운데 ‘최순실 대역’, ‘팔짱낀 황제 우병우 조사’라는 논란과 오명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에 조사를 받겠다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참으로 굴욕적인 결정이지만, 오히려 이를 수용한 의도가 의심스럽고, 뻔한 결과를 예상케 한다. 박근혜 최측근 우병우가 청와대를 떠나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민정수석으로 차출됐다. 결국 모든 검찰 조사는 박근혜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고 있는 판국이다.
우려 3 지금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중은 ‘비선 최순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우려 4 지금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 형성됐던 사회적 룰(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자기 사람을 채용하고, 학교 입학과 졸업이 청탁과 회유로 해결되는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법과 공무원법 또는 학칙은 오직 타인을 규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분노한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돼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 사회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