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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칼럼] 최순실이 대한민국..
오피니언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칼럼] 최순실이 대한민국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11/22 10:44 수정 2016.11.22 10:44













 
↑↑ 윤장열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 양산시민신문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최순실 국정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친 최순실을 극악무도한 ‘국사범’으로 몰고 있고, 최순실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들의 행적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 씨에게 조종당한 무능한 대통령은 국가가 위임한 대통령의 권리와 권한을 포기했고, 더 나아가 대통령 책임과 의무를 방관하는 기가 막힌, 참으로 웃지 못 할 일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최순실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분노한 시민은 거리로 나왔고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국민이 요구했던 규범적 기대가 국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개체화된 시민사회가 정치적 공동체로 포용되는 과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 속에 또 다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려 1 지금 혼란 정국은 재벌 언론, 조선일보에 의해 설계, 진행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미 MB에 의해 폭로됐던 박근혜 주변 인물들은 조선일보에 의해 폭로, 공론화됐다. 그간 뉴스타파나 JTBC, 한겨레 등의 활약으로 다양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긴 했다. 그런데 빙산의 일각인 지금 혼란을 조선일보는 서둘러 수습, 정리하려 한다. 여전히 조선일보가 내놓는 사설들을 지켜보면, 사건의 전체적 윤곽에 그들은 선을 긋고 국민 여론과 심지어 정부, 정당들의 움직임까지도 컨트롤하고 있는 수준이다(방만한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으며 혼란을 주시하면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시민사회는 박근혜 하야만을 기치로 촛불을 들었고, 정계는 개별적, 집단적 이해관계에 몰입돼 사태 수습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결단만을 종용하고 있는 재벌 언론 여론 형성은 결코 이번 혼란에 대한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지도자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이 변할 수 없다는 진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박근혜 하야만이 문제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흥분한 대중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우려 2 지금 혼란 정국은 박근혜 사람들에 의해 수습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최순실 사건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소추 특권으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이 있었다. 그리고 검찰은 최순실과 우병우를 조사하는 가운데 ‘최순실 대역’, ‘팔짱낀 황제 우병우 조사’라는 논란과 오명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에 조사를 받겠다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참으로 굴욕적인 결정이지만, 오히려 이를 수용한 의도가 의심스럽고, 뻔한 결과를 예상케 한다. 박근혜 최측근 우병우가 청와대를 떠나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민정수석으로 차출됐다. 결국 모든 검찰 조사는 박근혜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고 있는 판국이다. 

우려 3 지금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중은 ‘비선 최순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박근혜 사람들로 지칭되며 국정을 운영했던, 계선(系線), 즉 비선 반대인 계선 실세들(대표적인 인물, 김기춘)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왔던가? 세월호에서 사드 배치는 물론 노동자 탄압 등등 지난 몇 년간 국민은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꾸준히 외쳐왔다. 더불어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은 재벌 기업과 정치권력자만을 위해 복무했던, 그래서 그는 국가 권력을 지속적으로 사유해왔던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대중은 마치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로나 갑작스러운 환멸이 있었던 것처럼 분노하고 있다. 

우려 4 지금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 형성됐던 사회적 룰(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자기 사람을 채용하고, 학교 입학과 졸업이 청탁과 회유로 해결되는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법과 공무원법 또는 학칙은 오직 타인을 규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법 대신 관계가 중시되는 문화는 사적인 공간을 넘어, 사회 조직 내에서도 보편화, 고착화됐다. 업무 담당자 개인에 대한 전문성보다 조직 간 관계가 우선되고, 조직 능률이나 성공적 운영보다 상호 이해관계가 더 중시되는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는 법 기능을 상실시켰다. 이러한 본질적인 사회적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나 스스로도 내 이웃도 그리고 내 지역에서도 청탁과 회유가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최순실이 행한 청탁들과 비리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으로 혀를 차고 있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최순실을 보면서 최순실에 분노하는 지금 현상에, 결국 만인이 묵인하고 있는 무법치 국가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여전히 법적 관계가 아닌, 우리 해악적 문화가 작동되고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양심적 고발자를 기대할 뿐이다.

분노한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돼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 사회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동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혼란이 아닌, ‘최순실의 대한민국’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난리에서 박근혜 하야만을 외치며 분노하는 대중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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