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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지역을 밝히는 촛불도 있었으면..
오피니언

지역을 밝히는 촛불도 있었으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11/29 10:12 수정 2016.11.29 10:12
전국 곳곳서 어둠을 밝히는 촛불 행렬
아래에서부터 위로 변화 요구하는 의지
그 의지가 건강한 지역 만드는 일에도
꺼지지 않고 촛불로 다시 이어지길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겨울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양산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 500여명이 겨울비 내리는 저녁,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서로 체온을 나누며 자리를 지켰다. 눈이 내린 서울에도 190만명이 모여 국민 뜻을 분명히 청와대에 전달했다.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 곳곳은 물론 심지어 해외교포까지 동참해 국민 의지를 촛불과 함께 밝히고 있다. 마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을 국민이 되살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평화시위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아쉬움’이 가슴 한 편에 고개를 든다. 양산 시내를 행진하는 시민 모습에서도 ‘아쉬움’은 계속된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 사이에서 ‘아쉬움’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수많은 촛불 가운데 ‘지역’을 위한 촛불 하나쯤 밝혔으면 하는 지역신문 기자로서 바람 탓일 게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지역이 하나로 묶여진 곳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 탓인지 지역을 나누기에도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인 탓인지 우리 관심은 늘 서울(중앙)에 쏠려 있다. 전국 230여개 기초단체에서 오늘도 다양한 사건ㆍ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처럼 지자체장과 지역의회가 엄연히 오늘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양산시는 2017년도 당초예산안을 마련해 내달 1일부터 시작하는 양산시의회 정례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내년 양산시가 편성한 예산액은 8천902억원이다. 인구 30만명을 넘어서 50만명을 내다보는 양산시 예산규모가 곧 9천억원을 넘어 1조원 시대를 열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양산시 한 해 살림살이가 무려 8천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의심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시콜콜 기억하는 이는 많아도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를 찾기 힘들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양산시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현안과제 중심으로 효과를 검증한 사업에 대한 확대ㆍ투자를 기본으로 복지사각지대를 살피는 민생예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실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양산시가 시민복리증진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허점이 없을 수 없다. 매번 반복되는 선심성 예산과 우선순위 또는 기준이 모호한 전시성 예산 문제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지역의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시민이 생업을 내버려두고 지자체를 감시할 수 없으니 시민 대표인 의원을 선출해 대신 시민이 해야 할 역할을 맡긴 것이다. 불행히도 선거 때를 제외하면 지역의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시민이 많지 않아 그들 역시 감시대상임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산 심의를 앞두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하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 내부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여야를 떠나 의원 개개인간 시각이 다를 지라도 ‘시민복리증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예산 심의에 임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시민을 위한 예산 심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촛불로 돌아가자. 

지금 전국에서 바람에 맞서 타오르는 촛불은 청와대를 향해 있다. 비정상적인 국정운영과 불평등한 정치ㆍ사회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지다.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아래에서 위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수많은 지역이 모여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전체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왔다. 우리가 ‘아래에서 위로’ 변화를 요구하듯이 지역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어쩌면 지금 부실하게 드러난 국가운영시스템은 부실한 지역자치에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살아가는 곳,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바로 이곳, 지역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지역’을 잊지 말자. 뛰어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지도자 한 두 사람이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튼튼하게 쌓아올린 지역자치환경 속에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일이 두 번 다시 오늘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촛불이 하나 둘 모여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변화를 만들 것이라 우리가 믿고 있듯, 건강한 지역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나길 바란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지역을 밝히는 촛불이 전국 곳곳에 퍼져나가길 바란다. 

혼란스러운 시절, 촛불을 보며 다시 지역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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