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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누구나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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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누구나 어른이 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11/29 10:43 수정 2016.11.29 10:43













 
↑↑ 박주현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수영장에 가면 만나는 할머니가 계시다.


열심히 수영하시던 할머니는 뜬금없이 발차기하는 회원을 불러 세워 물이 튄다며 역정을 내셨다. 나는 괜히 불똥이 튈까 옆 레일로 자리를 슬쩍 옮기며 물어봤다.


“저 할머니 원래 저렇게 화를 잘 내세요?”


아뿔싸, 할머니 별명이 ‘싸움닭’이란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그 명성답게 잔뜩 날이 선 눈빛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루는 미처 씻지 않고 수영복을 입고 있는 초등학생 둘을 어찌나 호되게 야단을 치시는지 옆에 있는 내가 무안할 지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광경을 조용히 보고 있던 다른 할머니의 ‘그만하면 됐다’는 만류에 ‘싸움닭 할머니’는 단박에 ‘대체 당신이 뭔데 남 일에 끼냐?’며 버럭 화를 내셨고, 이내 두 할머니 언성은 높아져 말싸움이 돼 버렸다.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울상이 돼 어쩔 줄 몰라라 하는 두 아이 손을 잡아 조용히 수영장으로 들여보냈다. 두 분의 실랑이는 ‘내 평생 저렇게 별난 할망구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내젓고 총총 사라지는 할머니의 기권으로 끝이 났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할머니는 대체 어디서 지켜보고 계셨던 건지 번개처럼 나타나 한 아이를 야단치기 시작했다. 지난번과 같은 이유로 ‘싸움닭 할머니’는 다짜고짜 아이를 나무라시는 거였다. 쇠 된 소리로 연발탄을 날리는 할머니 말에 놀란 토끼 눈을 한 아이는 멍하니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할머니 좀 전에 이 아이가 샤워하는 걸 제가 봤으니 그만 하세요”


내 말을 들은 할머니는 ‘그럼 됐고’라며 마치 자신의 사명을 다 한 듯 너무도 당당하게 그곳을 떠나셨다. 손주 같은 아이를 막무가내로 혼을 내고, 조금도 미안한 구석도 없이 당신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채소 팩을 한 손으로 받친 채 걸어가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가 그리도 못마땅하신지 찌푸린 얼굴로 버럭 고함부터 냅다 지르고 시작하는 할머니 화법에 다들 질린 눈치이건만, 정작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그런 할머니를 잡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할아버지란다. 무릇 세상에는 천적(?)이 있나 보다. 어쨌든 나는 할머니를 보면서 아름답게 늙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올해도 어느덧 달력 한 장이 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나이를 선물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어른이 되는 순서 같기도 하지만 ‘싸움닭 할머니’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닐까? 오랜 세월을 살아서 생긴 자신감이 오만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마음의 결을 늘 다듬고 가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나이의 나는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아직 깨닫지는 못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풍성해지고 너그럽고 관대해지길….


그리하여 먼 훗날 세월의 훈장을 아집과 권위로 치장하지 않고 그저 만나는 이들에게 덕담이나 하는 너그럽고 자상한 할머니가 돼 있는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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