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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산업단지가 주인공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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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가 주인공 아니길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6/12/13 09:08 수정 2016.12.13 09:08













 
↑↑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역대급 막장 드라마가 연일 뉴스에서 나온다.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같은 의혹에 이젠 더 놀랍지도 않다. 하나 하나 밝혀지는 최순실 씨와 그 측근들 국정개입 의혹은 웬만한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막장’ 요소들이 한 데 모여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실망감을 넘어 민망함을 주는 각종 의혹들로 도덕적 치명타까지 입었다. 결국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이제 엄중한 법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믿기 힘들다. 하지만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막장 드라마’의 현실화다. 

무엇을 믿고 어디까지 의심해야 하나. 혼란스럽다. 기자를 업으로 살고 있는 내가 이러할 진데, 언론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믿고 살았던 순진한 우리 모친 같은 국민은 그야말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모친이 말했다. “이제 잘난 것들 하는 얘기, 안 믿을란다”

의심은 필요하다. 특히 합리적 의심에서 나오는 의혹은 분명 풀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속시원이 풀리는 일이 없다. 의혹을 덮으려 또 다른 의심을 낳고 그 의심을 덮으려다 막장드라마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다. 

산업단지가 또 우리 아이들 학습권을 빼앗으려 했다. 명동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웅상 전역이 들썩였다. 특히 아스콘, 레미콘 등 유해물질 유발 공장이 산단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하자 주민, 학부모, 정치권 할 것 없이 격하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코앞에 아스콘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시청 앞으로 몰려와 항의집회를 했다. 

하지만 산업단지 계획은 고작 투자의향서 제출 단계였다. 말 그대로 땅 지주들이 이 땅을 산단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양산시에 전달한 것뿐이다. 하지만 엄마들은 믿지 않았다. ‘분명 허가를 내준다는 전제로 밀실 협의나 이면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이미 허가를 내줬다’고 믿는 학부모도 있었다. 

항의집회를 강행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사업자들이 투자의향서를 철회했다. 학부모를 비롯한 웅상주민들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 ‘분명 또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것이다’, ‘아니 시끄러운 여론이 잠잠해지면 허가 내준다고 약속했다’고 사실인냥 얘기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행정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이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학부모 잘못인가. 지금껏 못 믿을 행정을 펼쳐온 행정기관 과오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산업단지와 공장에 둘러싸여 아이들이 마음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학교가 어디 한 둘인가. 오죽하면 전국 최초로 환경문제로 이전하는 학교까지 생겨나는 영광(?)을 얻었을까. 학생들이 대낮에 프레스룸을 찾아 골프장 조성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산단 조성 공사현장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학교를 덮어버리는 충격적인 상황을 연출한 곳이 바로 양산이다. 

주민을, 국민을 믿게 만드려면 이제 덮어놓고 ‘믿으라’는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의혹을 하나하나 풀어주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왜 한 번 반려시킨 투자의향서를 또 받았는지, 채석하는 업체가 임야를 왜 샀는지, 체육시설 용도로 허가해준 공사가 왜 7년째 땅만 파고 있는지…. 이런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언젠가 기습적 허가’에 대한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 
 
산업단지 주연의 막장드라마가 아니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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