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소중한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늘 서두에 이렇게 묻는다. 서먹한 사이라도 이 행동을 시작으로 대화 물꼬가 트인다. 하물며 그 차가 수채화 물감이라도 머금은 듯 고운 색감을 내는 ‘꽃차’라면? 차를 대접받는 입장에서는 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은 행복감까지 덤으로 받게 된다. 남정꽃수다 꽃차교육원 윤남정 원장을 처음 만난 날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꽃차 한 잔 하실래요?”
“풍부한 영양소를 한껏 끌어안고 있는 꽃으로 만든 꽃차는 그야말로 ‘건강차’예요. 향긋한 꽃향기는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그만이고, 고운 색감은 컬러테라피 기능까지 한답니다. 그래서 흔히 꽃차는 눈으로 먼저 감상하고, 코로 향기를 맡고, 마지막에 입으로 마신다고들 하죠”
남 원장은 겨울철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기자에게 가장 먼저 목련꽃차를 권했다.
“목련꽃차는 약간 매운향과 맛이 특징이죠. 입안에 감도는 뒷맛이 개운하고 향긋해요. 몸 안 냉기를 내보내는 역할을 해 특히 비염, 축농증, 코 막힘 증상에 좋고, 두통을 가라앉히는 역할도 해요”
뜨거운 물을 부으니 찻잔 속에서 목련꽃이 피었다. 움츠리고 있던 꽃잎이 펴지면서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목련꽃차를 한 모금 머금으니 실제 박하향 같은 개운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우아하고 고운 자태의 목련꽃에서 반전 매력이 느껴졌다. 이내 다른 차 맛이 궁금해졌다. 남 원장은 비트 뿌리차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비트 뿌리차는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차입니다. 조혈작용을 해 여성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시력 회복, 간 해독 등에도 탁월한 팔방미인 꽃차죠. 효능을 떠나 섹시한 색감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투명 유리다관에 담긴 붉은 빛 꽃차에게 시선을 압도당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맛이 반전이었다. 은은한 향기에 뿌리 특유의 달달함이 더해져 편안한 맛 그 자체였다. 남 원장 역시 꽃차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한 번 반하고, 이같은 반전매력에 두 번 반해 이제는 꽃차 세계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다고. 그래서 3년 동안 꽃차와 동거동락하며 ‘꽃차 소믈리에’의 길을 걷고 있다.
남 원장은 무작정 꽃차공방에 들어가 막내 문화생 생활부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오로지 꽃차만 만들었다고 한다. 시간의 힘은 대단했다. 1년 넘게 꽃차에 미쳐 지내다 보니 어느새 꽃차 소믈리에가 돼 있었다. 현재는 한국꽃차협회 소속 꽃차교육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는 직함도 가지게 됐다.
“꽃차교육원이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생활공방 형태로 누구나 와서 꽃차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죠. 꽃차 만들기에 관심 없는 사람은 그냥 꽃차만 즐기면 돼요. 꽃차가 있는 수다방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도 아기 키우는 엄마라서 엄마들 수다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남 원장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예절을 중요시하는 다도문화와는 맞지 않다. 때문에 꽃차를 즐기는 방법 역시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 내가 좋아하는 색감의 꽃차를 골라 내가 좋아하는 온도와 농도로 차를 우려내서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런 남 원장에게도 고집스러운 원칙은 하나 있다. 수제만을 고집하는 꽃차제조법이다.
“만들기 쉬운 꽃차는 없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여러 번 덖고 말리는 인고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 과정에서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말려야 합니다. 꽃차는 아기처럼 많은 관심과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물론 좋은 재료, 제철 재료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꽃은 기다려 주지 않아요. 그 계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다시 만날 수 있죠”
남 원장은 정말 꽃차를 좋아한다. 42세에 찾은 새로운 직업으로 남은 인생을 살고자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그 기회가 남들보다 더 빨리 왔다며 매일 매일 행복에 젖어있다. 그래서 꽃차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일도 참 많다.
“나이 50이 되면 꽃차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제주도 올레길에서 꽃차 푸드트럭을 해도 좋구요.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학업중단 아이를 위한 꽃차 직업교육도 해 보고 싶어요. 꽃차는 세상에 지친 아이 마음에 평온을 찾아 줄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남정꽃수다 꽃차교육원
양산시 덕계로 105 웅상프라자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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