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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워킹맘 수고했고, 또 수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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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수고했고, 또 수고하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1/03 09:20 수정 2017.01.03 09:20













 
↑↑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어느덧 2017년이라니 벌써? 지난해 정신없이 달렸지만 체감상으로는 아직 2016년이 끝나려면 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니 이대로 새해를 맞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무얼 했었지’하고 문득 돌아보면 무엇 하나 뚜렷하게 한 게 없는 것 같아 괜히 고개가 떨궈지기도 한다. 

떠오르는 거라고는 아이 아플 때 돌봐줄 사람 구하느라 전전긍긍했던 씁쓸한 기억, 남은 거라고는 매일 아침 지각에다 칼퇴근으로 저녁 취재를 대신해 주는 동료 눈치 보느라 늘어난 흰머리와 밤마다 허기를 참지 못해 맥주와 함께 야금야금 먹은 야식으로 얻은 뱃살뿐인 것만 같다. 
 
육아휴직을 다 쓰고 돌아왔기에 지난해 임금인상도 없었고, 무슨 연유인지 4대 보험금이 늘어 가뜩이나 통장에 잠깐 스치고 가는 월급이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아이가 고가 장난감을 생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지갑은 더욱 더 얇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유난히 경조사가 많은 12월에는 가뜩이나 추운 바람이 더욱더 칼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을까? 평범해 보이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를 지나 한 해를 보냈지만 사실 워킹맘으로 컴백하면서 실로 많은 것을 해냈다. 어쩌면 뻔하게 매번 같아 보이는 매일 아침 전쟁을 치르면서 생활력을 길렀고, 주말부부로 독박육아를 하면서 못하는 집안일이 없는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아이가 아플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민간요법 매뉴얼을 터득했고, 소풍에 어떤 메뉴를 만들면 아이도 좋아하고 시간도 줄일 수 있는지도 조금은 더 알아냈다. 

그 사이 첫째 아이는 동생 밥을 떠먹여줄 정도로 자랐고, 둘째 아이는 의사소통이 되는 진짜 사람(?)이 됐다. 직장에서는 여전히 마음 졸이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복직 후 굵직한 분석 기사 몇 개는 소화해 냈다. 물론 1년간 공백으로 여전히 취재와 기사가 미진해 더욱 달려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내 업무체력도 조금은 더 자랐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끊임없이 어렵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끊임없이 힘들어 그 우울함을 끌어안고 이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워킹맘들은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상의 전쟁을 치러 내며 그렇게 지난 한 해를 꾸려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늘 가혹하게만 돌아보지 말고 한 번 쯤 잘 한 일을 돌아보고 수고한 나에게, 몇 인분을 해내느라 정신없이 지내온 나를 잘 했다고 토닥이고 수고했다고 말해줘도 될 것 같다. 회사, 상사 또는 가족 칭찬과 인정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 스스로가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해 인정하고 또는 어려웠던 다 해내지 못한 목표 앞에서 다시 한 번 나를 토닥이며 심기일전 하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워킹맘 자세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해 수고했다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스스로에게 따뜻하게 이야기 하자. 오늘 밤에는 수고한 내게 아이가 잠든 밤 나와 함께 술 한 잔 하며 내게 고마움을 전하자. 그리고 대한민국 일하는 모든 엄마들, 우렁찬 소리로 새벽을 여는 붉은 닭처럼 힘차게 올해를 시작해 보자. 2017년 반갑닭! 정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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