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변 독일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왜 대통령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지?”, “한국 정치가 북한 독재정치와 다른 게 있나?”, “한국이 이런 나라였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에서, “촛불이라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네”, “시민이 분노한 상황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왔으니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견들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인 친구들에게 비친 이번 사태 본질은 대한민국 허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이 전하는 대한민국 허상이란, 삼성과 현대라는 글로벌 기업이 있는 소위 ‘OECD 가입국인 선진국’에서 경제적 발전과는 상반된 정치적 후진성을 뜻한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사건 전말은 물론 문제를 밝히려는 조직과 기관에서도 이들 이해관계가 상이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검찰, 재벌, 국회와 청와대는 민낯을 드러내고도 여전히 거짓과 위선을 반복하고 있다. 그 절정이 국정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해프닝들이다.
정치적 후진성은 언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마치 한심한 현실 세계가 기성 언론에서 표면적으로 폭로되고 있을 때, 인터넷 지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의혹들이 증폭되는 게 요즘이다. 세월호 화물칸 핵폐기물, 세월호와 미 핵잠수함 충돌, 박근혜와 정윤회 밀회, 독일에 은닉된 박정희 비자금 등 다양한 이슈들이 사람들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신문과 방송들은 이 같은 이슈들에 대체로 묵인, 부정 또는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개되는 사실과 진실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는데, 이미 인터넷 지하 세계에서 폭로된 사건들이 뒤늦게 공개되는게 요즘 현실이다. 요즘같이 기성 언론이 재역할하지 못할 때, 국가 구성원들은 양분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과 관련 부역자들 심판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사건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있다. 대통령을 바꾸고, 부역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1차적인 낮은 단계 심판은 물론, 전체 사회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직접적인 변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적 후진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100만 시민의 촛불집회가 지속돼도 대한민국 허상이 폭로되고, 논의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바뀔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바뀔 수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적 구조가 자신들 이해관계에 의해 작동하는 사회에는 표면적인 현실 세계와 지하 세계가 여전히 공존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허상은 외국인들보다 자국민에게 더욱더 지배적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지금 허상은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오류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최순실, 박근혜 심판을 위한 구호보다 대한민국 허상이 무엇인지, 대한민국 후진성이 무엇인지 논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