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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이별 연습..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이별 연습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1/10 08:57 수정 2017.01.11 08:57











↑↑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내게 남은 48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출연자들에게 주어진 48시간 시한부 인생을 들여다보는 무겁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TV에서 출연자는 떨어져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 그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속 얘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출연자는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만나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연출했다.


시청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가정을 해봤다. 만약 48시간 후에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낼까? 주변을 정리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은 48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 지…. 아무 것도 못하고 생각만 하느라 그 시간을 다 보낼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봤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해 본 것과 가보고 싶은 곳을 못 가 본 것이 가장 아쉬웠다. 이것은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현생에서는 마음에 묻고 가야 되겠다. 남아있을 가족들과 이별은 무엇보다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한스럽지는 않았다. 같이 보낸 시간도 많았고 여행도 자주 갔다. 살면서 만들어 놓은 추억이 한가득 있기에 외롭지도 않았다.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졌다.


그래도 가족과 이별은 아쉬울 것이다.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식사 후에 바다가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남편과 아들, 딸과 차를 마시며 우리가 같이 보냈던 많은 시간을 이야기할 것이다.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들. 딸을 낳고 키우면서 느꼈던 기쁨, 슬픔, 아픔을 담담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 볼 것이다. 남편에게 현명한 아내였는지, 아이들에게는 좋은 엄마였는지 들어볼 것이다. 나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사과를 해야 할 일은 없는지도 물어볼 것이다.


가족 다음으로 오랜 세월 시간을 보냈고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친구들이다. 그녀들과 마지막이 될 수다를 여한 없이 떨 것이다. 수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큰소리로 왁자지껄하게 해야 최고 맛이 난다. 누구 눈치도 방해도 받지 않을 장소가 제격이다. 그런 장소를 섭외해서 친구들과 즐겁고 유쾌하게 마지막 수다를 다 풀어내고 작별인사를 할 것이다.


마지막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집,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거실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내 장례식은 비장하고 슬프게 치르지 말기를 부탁할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기에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일년에 한 번 정도 기억해주고 문득문득 생각날 때 잠시만 그리워 해주는 정도면 족하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떤 이가 죽은 후에 남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너무 슬프게 지나치게 그리워하며 이별을 고통스러워했다. 그들 나름 사연을 가지고 이별을 했겠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이별을 아파했다. 사람들은 이별을 두려워하지도 서러워하지도 말고 삶의 한 과정에 속하는 것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태어나고 죽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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