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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현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 원장 | |
ⓒ 양산시민신문 |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못내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종합정비계획수립 후, 토지보상절차가 우선이지만, 사유지다보니 당연히 보상절차에 따른 마찰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먼저 우불산성에 대한 정밀학술지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우불산성 중요성을 알려야 했었다. 나아가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종합정비복원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해 학술적 가치는 물론, 관광자원화와 연계한 문화공간으로 연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양산시에는 여러 곳에 고대부터 근세까지 산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 중 국가사적과 도 기념물로 지정된 산성은 몇 곳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고대산성은 신기산성과 북부산성, 우불산성이다. 3곳 모두 인접해 신라 중심고분군이 존재하고 있다. 신기산성은 북정ㆍ신기동고분군, 북부산성은 중부동고분군과 함께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우불산성은 삼호리고분군과 함께 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모두 기원후 5~6세기대에 이뤄진 신라 석성과 중심고분군으로 그 학술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양산천을 바라보며 축조한 신기산성과 북부산성, 회야천을 바라보며 축조한 우불산성은 모두 왜구 침입을 방어하는 군사적인 기능은 물론, 고대에 지역 상징성을 부여받은 랜드마크일 것임은 틀림없다. 조선시대까지도 임진왜란 등과 관련해 성 기능을 유지한 역사적 기록이 곳곳에 있다. 성 기능을 상실하고,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가 근대화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 이후다.
신기산성과 북부산성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그나마 국비로 토지보상이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현재 실시설계 중에 있지만, 도 기념물인 우불산성은 전혀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현재까지 학술적 기초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한 예전 우불산 납석광산으로 인해 곳곳에 산사태 우려와 대부분이 사유지다보니 훼손 위협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실례로 최근 이곳 사찰에서 진입로를 마련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벽을 훼손해 도로를 개설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산성 일부가 훼손되고 훼손한 자는 경상남도와 양산시에 고발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연구원에서 긴급발굴조사를 진행했고, 훼손한 부분을 복구하기 위한 기초학술자료를 제공해준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우불산성 전체를 답사했고, 아직까지 성벽이나 문지, 치소, 연못, 건물지 등이 잘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벽 일부는 사유지인 탓에 차후 훼손이 진행될 위험이 있고, 예전 납석광산 산사태로 인한 성벽 유실도 우려됐다.
언론에서는 우불산성에 대해 삼한시대(삼국시대 이전)에 울산에 존재한 우시산국 영역으로 이 시기에 쌓은 성이라는 기사가 게재되는, 그야말로 역사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역시 제대로 된 학술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다. 신라 산성은 아무리 빨라도 5세기 이후부터 돌을 이용해 석성을 쌓았다. 그 이전까지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 존재할 뿐이다. 결국 우불산성은 삼한시대부터 존속한 성이 아니라 신라가 영토를 확장한 후, 적을 대비해서 쌓은 6세기대 산성으로 봐야 한다.
양산시에서는 우불산성에 대한 정비와 복원에 대한 계획을 재수립해 새롭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도 기념물인 우불산성을 국가사적으로 승격시켜 체계적인 정비계획에 따른 예산을 국가로부터 확보해 관리함이 마땅하다. 또한 사적승격에 대한 학술적 선행조사나 정비계획 결과를 홍보해 지역주민과 충분한 교감을 얻어야 한다. 웅상지역에서 유일한 고대 산성이기에 그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리고 양산시 입장에서는 지역화합, 동일문화권이라는 틀에서도 중요한 시책이라 생각한다. 선사와 고대는 웅상지역도 양산과 같은 문화를 공유한 동일문화권임이 틀림없다. 웅상지역 시민이 이제 10만을 넘었고 현재도 빠르게 인구 증가를 예상하는 곳이다. 인위적인 테마공원이나 문화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좋으나, 1천500년 가까이 버텨온 우불산성 상징성을 인식한다면 웅상주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불산성을 국가사적으로 승격시켜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 지역 문화유산을 먼저 보호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