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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火) 끊이지 않는 전통시장… 불안은 쌓여간다..
기획/특집

화(火) 끊이지 않는 전통시장… 불안은 쌓여간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1/24 09:03 수정 2017.01.24 09:03
화재 취약한 구조적 특성에다 추위 이기려 곳곳에 전열기구
문어발식 전등에 감춰진 전선, 불법주ㆍ정차로 소방로 미확보













ⓒ 양산시민신문


전국 전통시장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대형화재에 이어 지난 15일 여수수산시장에서 또 다시 큰 화재가 발생, 설 대목을 앞두고 상인들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피해액이 서문시장만 1천억원에 달한다. 점포별로 작게는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 서문시장 화재 이후 전국 전통시장에 대한 일제 안전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를 그토록 다짐했지만 허사였다. 그렇다면 양산지역 전통시장은 안전할까? 남부시장(상가), 덕계종합상설시장 현장 취재를 통해 알아봤다.




“난로나 전등에서 불꽃이 튈 때도 있어 조심하려고는 하는데, 날이 점점 추워지고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


20일 오후 양산 대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상가)은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 속 평일임에도 장을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설 명절을 앞두고 찾는 발길이 늘자 손님맞이로 분주한 점포나 좌판상인들 옆에는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전열기구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새벽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가동했다는 전기난로 옆에는 종이와 스티로폼 박스가 놓여 있어 순식간에 화재로 번질 위험이 가득했다.


덕계종합상설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기난로뿐 아니라 진열상품을 비추는 전등까지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과열ㆍ누전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한 상인은 “전선이 얼마나 낡았는지, 얼마나 위험하게 얽혀있는지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전선 문제는 상인들 손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양산시에서 빨리 대책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용하는 전기 제품은 많은데 콘센트는 부족해 상인 대부분이 멀티탭(여러 콘센트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전기용품)으로 전기를 끌어 쓰는 상황”이라 “전기 과열로 노랗게 색이 변하는 콘센트를 보면 솔직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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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상가)은 양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설시장이다. 점포 346곳에 상인 463명이 종사하고 있다. 덕계종합상설시장은 웅상 대표 상설시장으로 점포 229곳에 상인 269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들 시장에는 스프링클러, 옥내 소화전, 자동화재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1년에 두 차례에 걸친 소방종합 정밀검사, 소방시설 작동기능 점검도 빠짐없이 실시했다. 또 매월 소방점검 용역업체를 통한 자체 화재예방 관리도 하고 있다.


양산소방서도 지난 16일 남부시장과 18일 덕계종합상설시장을 찾아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갑규 경남소방본부장과 이한구 양산소방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시장 관계자와 대응체계 확보를 위한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언제 어떻게 화재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불에 타기 쉬운 상품을 점포에 진열하거나 쌓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불씨가 거기로 튀어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구조다. 여수수산시장 화재에서 보여줬듯, 시장 통로를 덮은 아케이드도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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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마다 있는 소형 냉장고 발열판 역시 위험하다. 먼지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겨울은 건조해서, 여름은 다습해서 발열판 누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일단 점포에 불이 번지면 엄청난 열과 유독가스나 넘쳐나 진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스프링클러와 소화기만으로는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점포 밀집 배치, 협소한 접근 통로도 문제다. 주차시설이 부족해 시장 일대 이면도로는 늘상 불법 주ㆍ정차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노점 좌판이 통로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불이 나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화재 발생 후 불길 잡기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그 결과는 보나 마나다. 초동진화에 실패하면 금방 다른 데로 불이 번져버린다. 여러 시장에서 이러한 모습이 재현돼 안타까움을 줬다.


무엇보다 석면 천정 위로 어지러이 널려있는 전기배선이 가장 문제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477건 가운데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234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선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다행이다. 석면 천정 위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아 노후화 정도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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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남부시장상인회 정민곤 회장은 “올해 5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화재 감지기와 소화기, 전선 관련 부속품 등을 교체할 예정”이라며 “시설 교체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상인 스스로 화재 위험성을 자각하는 것으로, 소화전 앞에 물건을 쌓아두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상인 스스로 소방 안전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하지만 남부시장과 덕계종합상설시장뿐 아니라 대부분 전통시장이 화재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 그 이유는 높은 보험요율과 보장한도 제한에 있다. 전통시장은 화재 발생률이 높아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는 것이 상인들 설명이다.


덕계종합상설시장번영회 김학섭 회장은 “화재보험은 점포당 월 8만원~10만원 정도 보험료가 나온다. 시장 전체로 보면 매월 2천500만원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청이 올해부터 화재공제조합을 통해 전통시장 화재공제 상품을 도입했는데, 보험료가 10% 수준이지만, 그만큼 보장한도가 적다. 상대적으로 보험가입이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책성 화재보험 도입을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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