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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
ⓒ 양산시민신문 |
진심 화가 났다. 하루의 고된 노고를 잊게 해주는 서민 친구, 아니 내 친구 맥주와 소주 가격이 또 인상된다는 뉴스에 ‘버럭’하고 말았다.
요즘 물가를 보면 조금 과장을 덧붙여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식탁을 덮친 물가대란은 세를 그칠 줄 모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계란 가격만 올랐나해서 봤더니, 채소류, 가공식료품과 생필품 가격까지 다 올랐다.
무늬만 주부인 나로서는 사실 물가상승을 체감하지 못했다. 일한다는 핑계로 퇴근하면 친정으로 쪼르르 달려가 애들이랑 저녁식사에 후식까지 다 챙겨 먹고 오기 때문에, 장을 봐본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다. 모친이 가끔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을 할 때면, 노인네 허풍쯤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주류가 오르니 뼈저리게 체감된다. 맥주와 소주는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내가 즐겨 먹는 오비맥주 카스가 오른 탓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빈병 보증금을 올리면서 빈병을 취급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그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다. 소주 가격은 60~ 100원, 맥주 가격은 50~100원 올랐다. 또 내가 즐겨 먹는 무학소주 좋은데이가 가장 먼저 올랐다. 사실 빈병을 되팔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사실상 빈병을 모았다가 보증금을 돌려받는 소비자는 극소수이기에 소비자에게 이것은 분명 가격 인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부 모드로 돌아가 설을 앞둔 물가를 살펴보니,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계란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덜 한 대형마트에서는 평균 8천~9천원이면 30구가 들어있는 한 판을 살 수 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 일부 소매점에서는 1만원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당장 설날 차례상이나 제대로 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계란값 아끼자고 음식을 안할 수 없는 것이 주부들 고민이다. 애석하게도 부침개나 전 등 명절음식에는 계란이 많이 필요하다.
명절 불청객은 ‘계란대란’뿐만 아니다. 작황부진 탓에 채솟값도 치솟고 있다. 대파는 물론 마늘, 당근, 고추, 부추 등도 다 가격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민 입장에서 마음놓고 차례상 준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통조림 가격도 오른다. 동원F&B가 참치캔 18종 제품을 평균 5.1% 인상할 계획이다. 건전지와 세제, 키친타월 등 일반 생활품류도 값이 10~20%가량 뛰었다. 이쯤되면 주부는, 서민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양산시에서 쓰레기 봉투값마저 인상한단다. 가뜩이나 경남지역 최고가인 양산시 쓰레기 봉투값을 올해 13% 올리고, 내년에도 11% 더 인상할 예정이다.
모두가 이유는 있다. 계란은 당연히 AI 여파가 작용한 탓이다. 농산물은 지난해 여름 폭염 때문이란다. 또 가을철 잣은 비 때문에 농산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맥주와 소주는 빈병 보증금 인상분이 원인이다. 쓰레기 봉투 값은 친환경적 소각처리방식에 따른 비용부담 때문이다.
이렇게 이유가 있으면 다 오른다. 그런데 우리 월급은? 계란도 사 먹어야 되고, 가끔씩 쓴 소주도 한 잔 해야 하고, 쓰레기도 버려야 하는데…. 월급이 올라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농담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