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여성친화도시 제대로 알기 ..
오피니언

여성친화도시 제대로 알기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2/21 09:42 수정 2017.02.21 09:42













 
↑↑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문제: 홈이 많이 파인 인도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불편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1. 하이힐 신지 말고 단화 신고 다니자
2. 하이힐 전용 인도를 만들자
3. 보도블럭을 핑크색으로 바꾸자
4. 보도블럭 틈새를 촘촘히 하자

다소 유치한 사지선다형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뻔한 정답을 가지고 말장난한다고 질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진지하다. 

양산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지 5년이 지났다. 지난해 경남 유일 재지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면서 다시 5년을 기약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시민은 여성친화도시가 무엇인지 개념정립이 안됐고, 정책 입안자인 공무원 역시도 ‘여성 배려 사업’쯤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 위에 거론한 문제로 넘어가자. 1번 예시는 양성평등을 잘못 이해한 사례다. 양성평등은 여성과 남성을 평등하게 생각하자는 개념이지만 남성 기준 혹은 여성 기준으로 무조건 맞추자는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 차이를 알고 그것을 고려해 평등하게 정책을 펼치자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은 대중화장실을 용변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에 크기나 시설을 남성화장실과 다르게 하자는 것이 성인지적 관점 정책이다. 또 육아를 하는 남성을 위해 남자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는 것 역시도 양성평등이라고 볼 수 있다. 


2번 예시는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잘못 이해한 사례다. 여성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전용 시설이나 전용 공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성이 불편하고 위험하면 아동, 청소년, 노인은 물론 일부 남성도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여성 전용’은 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남성 역차별이 되기 십상이다. 


3번 예시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핑크색 라인을 두르고, 핑크색 벽지를 바르면 모두가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6살 먹은 우리 딸도 “핑크색이라고 다 여자꺼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이제 버리자. 


정답은 4번이다. 보도블럭 틈새를 촘촘히 해 하이힐조차도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어르신 지팡이가 빠질 염려도 없고 유모차, 장애인 휠체어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점검한 김에 파손된 보도블럭을 교체하고 움푹 파여 물이 고이는 구간도 정비하면 그야말로 명품 인도가 될 것이다. 


여성친화도시는 한마디로 여성만이 아닌 남성, 아동, 청소년, 노인 등 모두가 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남성 중심으로 입안해 왔던 ‘도시개발’이나 ‘정책결정’에 여성이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해 여성이 만족하는 도시환경이나 국가정책은 아동, 청소년, 노인 등 가족공동체가 만족하고, 나아가 지역사회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친화도시 시책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다수 사업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만 접목시켜 보면 된다. 정책기반, 경제, 돌봄, 안전, 생태, 건강, 공동체 등 영역도 다양하다. 특별하고 거창한 시책을 개발하려고 골머리 앓지 말고 여성친화도시 본 취지에 맞는 사업만 해도 1년 365일이 부족할 것이다. 


한 가지 정책적 바람이 있다면 아직도 정답이 1번이나 2번(3번은 진심 없길 바라면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양성평등 의식을 정립해 나가는 교육이나 계몽운동을 병행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