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교육 본질’을 이야기했다. 박 교육감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환경을 가꾸는 일, 교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펼쳐가는 일이 바로 교육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박 교육감은 경남교육청이 앞장 서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교육행정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 2017년을 ‘교육 본질에 집중하는 해’로 선언했는데 올해 방향과 정책은?
‘교육 본질에 집중하는 해’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기조로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 혁신, 다양성 교육 확대, 학생안전 강화,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생태환경교육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 교육본질의 핵심은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다.
수업을 바꾸지 않고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성장을 돕는 과정중심 수시평가와 서술형 평가의 안정적 시행,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성화 등 수업혁신을 통해 아이들 미래역량을 키우겠다. 특히 교육부 공모사업인 수학문화관을 유치해 오는 9월 창원중학교 별관에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양산수학체험센터를 시작으로 김해수학체험센터(하반기), 진주수학체험센터(2018년) 등을 통해 경남 수업을 바꿔가겠다. 오는 3월 개교 예정인 밀양영화고와 경남고성음악학교, 거창연극학교 준비, 자유학기제 내실화, 일반고 교육역량강화, 대입정보센터 확장 등 다양성 교육을 확대해 아이들의 다양한 꿈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
# 지난 해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 2년 6개월간 교육의 비본질을 제거하고 올바른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 교육만큼은 학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여러 가지 성과가 많지만 몇 가지를 꼽자면 일등도 꼴찌도 모두 행복한 ‘행복학교 운영’, 학생 성장 중심의 ‘교실수업 및 평가 방법 개선,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소통과 협력의 교육 문화 조성’, 합리적인 ‘인사제도 개선’이다.
경남 교육 가족이 교실수업을 바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학교 문화가 변화했고, 이것이 교육감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다.
#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행정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도 초임교사 때는 매를 들기도 했다. 당장 효과가 나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아이들은 몽둥이를 피하고자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문제를 일으켰다. 체벌이 아니라 자율성을 줬더니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기 시작했다.
경남 경우 지역이 넓고 각각 색깔이 달라서 획일적인 의사결정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예전에 태풍이 오니까 부산에서는 휴교령을 바로 내렸다. 경남은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 동부경남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부는 조용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학부모 항의가 빗발쳐서 태풍이 상륙하는 당일 아침에 일괄 휴교조치를 하게 됐다. 학교 중에서는 불과 5분 전에 정상수업을 한다고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를 보낸 곳도 있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많이 미안했고 자율성이 중요함을 한 번 더 깨닫는 순간이었다.
교육행정에서 자율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인식 확산과 누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자율성이 자리 잡으려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위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시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은 일선 학교 자율성이 높지만 잡음이 별로 없다. 우리는 과도기적인 상황인데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
# 경상남도 교육청이 자체 대입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요즘 입시정책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이른바 유명대학에 많이 보내라고 독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진학정보는 확실하게 주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여종 관련자료를 발간했지만 부족한 감이 있었다.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학업성적과 동아리, 봉사활동 등 모든 진학과정을 망라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특허 출원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 대입정보시스템이 가진 정보는 사설학원과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대학에 간 수험생 개별 자료를 개인정보 이용동의 받고 다 수집했다. 수험생이 특정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한다면 합격자 생활기록부부터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 과정을 전부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책을 읽었는지까지 나와 있다. 모든 입시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입시정보센터는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매우 유익한 곳이다. 많이 이용하기 바란다.
#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점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남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보자는 열망으로 수업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선생님들 모습과 아이들 해맑은 웃음이다. 운동 경기에서 감독이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자신의 경기 전략이 맞아 떨어졌을 때라고 한다.
교육감이 취임 초부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학교로 출근하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닌, 그날 처리할 공문과 행정업무를 걱정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행정업무를 줄여 수업과 평가 등 선생님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고, 그 결과 교실수업을 바꾸고자 하는 선생님들 노력도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교육청도 선생님들 연수 기회를 늘리고, 평가 방법을 개선하며, 수학문화관 유치와 수학체험센터 확대를 통해 수업혁신 노력을 뒷받침하겠다.
아쉬웠던 것은 취임 초기 급식 문제 등으로 교육정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누리과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빚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시작한 누리과정 사업이 예산 없이 시ㆍ도 교육청으로 넘어오면서 빚이 쌓이게 됐다.
가중되는 재정 부담으로 학교 운영비를 충분히 교부해줄 수 없었고, 각종 교육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학교급식비 등 교육 재정 여건이 하루빨리 나아지기를 바라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더 이상 우리 아이들 교육 환경이 침해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 양산시민신문
# 지난해 학교안전물품 납품 비리가 불거지며 도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2016년 청렴도 측정 결과 교육청이 12위로 청렴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는 도민 평가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교육감실 입구에 걸어놓은 ‘견리사의(見利思義)’ 편액은 ‘이익보다 옳음을 앞세우자’는 다짐이다.
2017년에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의미를 되새기며 청렴도를 높이고자 하는데, 그 시작은 소통과 공감이라 생각한다. 올해 경남교육청은 공감하는 청렴분위기 조성을 위해 청렴의 날 운영, 청렴마일리지 활성화,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청렴해피콜 등 청렴시스템 구축, 민ㆍ관이 함께 만드는 청렴문화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특히 부패취약 분야인 운동부 운영, 현장학습 등 9개 분야 특별관리 T/F를 운영해 부패취약 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주력하겠다.
# 책 읽는 경남을 위해 많은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교육감 취임 초기부터 경남의 행복한 책 읽기 문화 조성을 위한 역점과제로서 각급 학교에 ‘책 읽어 주세요’ 프로그램과 ‘한 책 읽고 토론하기’를 전개해 경남 전 초ㆍ중ㆍ고 학생들 비경쟁 독서토론을 정착시켰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 독서동아리 383개팀과 학생 독서ㆍ책 쓰기 111개팀 운영을 지원해 자발적 독서문화 조성과 독서프로슈머로 역할을 돕고 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학교도서관 인프라 현대화, 교수학습 자료 구입 지원, 겨울방학 독서캠프 지원, 학교도서관 활용자료 5종을 개발ㆍ보급했고, 교수학습 지원센터로 기능 강화와 경남 독서교육 브랜드화 추진을 위해 학교도서관 활용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책 읽어 주세요’, ‘한 책 읽고 토론하기’를 지속 추진하고, 학교 내 토론문화를 조성해 초ㆍ중ㆍ고 학생들 독서 친화적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학생생활과를 신설했는데?
경남교육청 조직개편은 교육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조직 체계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종전에 체육교육, 학교폭력, 인성교육 전반을 담당했던 교육국 내 체육인성과가 학생중심 인성교육과 최근 빈번한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체평가에 따라 ‘학생생활과’를 신설했다.
학생생활과는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학생들 특기와 소질 계발을 위한 다양성 교육과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한다. 조직 개편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학생중심교육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한다. 앞으로도 정기적인 조직점검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모두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
# 취임 이후 행복학교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행복학교는 교육공동체 소통과 협력으로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곳이다. 4년간 지정ㆍ운영되는 행복학교는 현재 21개교가 운영 중이고, 17개교가 추가 선정돼 3월부터는 모두 38개교를 운영한다.
행복학교 준비 단계인 행복맞이학교를 해마다 지정해 1년간 운영하는데, 지난해 85개교, 올해는 124개교를 지정해 운영한다. 지난해 한국교원대학교에 의뢰해 실시한 행복학교 중간평가 결과를 보면 행복학교들 혁신 노력이 우수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 만족도가 평균 86점으로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기존 성적 중심 학력관, 학벌사회, 대입제도 등이 행복학교 철학과 비전을 확산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행복학교는 교직원 소통과 협력, 자발적 참여,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실현해가고 있다.
#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에 대한 전망은?
현행 <학교급식법> 제8조(경비부담 등)와 제9조(급식에 관한 경비의 지원)는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급식지원 여부와 지원 비율이 지자체별로 다르다.
학교급식법 경비 부담에 관한 모호한 규정 때문에 무상급식비 지원이 중단되는 등 그동안 학교현장에서는 큰 혼란과 진통을 겪었다. 따라서 급식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학교급식비 경비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남에서는 지난 2015년 10월 26일 경남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임원들이 만장일치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청원 운동을 전개했고, 11월 1일부터는 경남 도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016년 7월 5일까지 서명운동을 실시한 결과 모두 61만8천651명으로, 무상급식과 법령개정에 대한 도민들의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3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 제8조 1항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무상 의무교육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 국정 교과서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가가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제하는 전체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균형 잡힌 역사의식, 역사적 사고력, 자기주도학습력, 역사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올바른 역사관을 길러내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듯이, 반헌법적이며 비민주적인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은 반드시 중단ㆍ폐기해야 한다. 교육청은 타 시ㆍ도 교육청과 공동 대응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와 현장적용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반송 조치하고 이와 관련한 교육부 정책에 일절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 경남교육 가족과 경남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경남교육은 수업혁신으로 배움이 즐거운 교실을 통해 참학력을 높이고, 다양성 교육으로 적성과 희망을 살려 진로진학 길을 열어 학교와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교육을 펼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을 중심에 두는 교육, 현장중심ㆍ지원중심의 교육행정을 펼쳐 교육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해로 만들어 갈 것을 350만 경남 도민에게 약속드린다. 선생님은 수업에,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에, 교육청은 학교 운영지원에 집중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 가겠다.
경남지역신문협의회 공동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