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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현 변호사 법무법인 금정 | ||
ⓒ 양산시민신문 |
그렇다고 당연히 헌법이 개정돼야 한다는데 동의하긴 어렵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체계만 바꾸면 과연 재벌이나 특정 세력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과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흔히 정치권에 논의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지금의 강력한 권한을 나누는데 그친다면 지금까지 보다 더 극심한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권력은 분할하는 것이 아니다. 분할한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건강한 권력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 3권 분립이 헌법에만 나오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제도로 기능할 때만 그것이 도구로서 작동하여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강하다는 것 역시 상대 개념이다. 우리는 누구도 법 앞에 강할 수 없도록 법치주의를 받아들였고 그 상위에 헌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국회와 사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한 적이 없는 역사를 가진 나라다. 늘 권위주의 시대부터 당 총재에게 줄 서야 받는 공천장으로 당선된다는, 아직도 유효한 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시민은 자신의 투표권과 참정권에 관심이 없으며, 여론조사 전화를 무시하며 산다. 그곳에 권력이 개입하고 돈이 스며들고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가 판을 쳐도 제 살기 바쁘다며 다들 외면하는 그 찰나에 권력은 소리 없이 당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중 논의와는 정반대로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는 것이다. 공천권을 특정인이 행사할 수 없는 정당을 만들고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전관예우를 없애고 판사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개헌하지 않고도 할 수 일들이다. 개헌해야만 건강한 권력을 만들고 주권재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권주자들 중에도 개헌을 고리로 뭉친다거나 모 정당이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로서는 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적으로, 논의 방향 자체가 틀린 개헌을 대선과 결부시켜 권력욕을 과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양심에 따라 정당공천이라는 작은 제도부터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정당 내 보스에게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헌법이 아니다. 그 보스들은 이런 얘기가 싫을 것이다. 보스의 힘이 나오는 공천권이라는 가장 강력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나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는 그 방향 자체가 틀려먹었다. 대통령 행정권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잠재해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흔히들 헌법을 옷에 비유하며 낡았다고 한다. 몇 번 입어보지도 않고 옷장에 처박아 두었다가 권력이 필요하니 낡았다 말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었고, 단체장으로 중앙정부에 맞설 수 있었고, 정당인으로서 정당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개헌하자 한다. 부당하다.
다시 87년 헌법으로 돌아가자. 헌법 실현으로 다가올 미래는 우리 노력으로 얼마든지 수정 가능하다. ‘국민의 대통령’과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이제부터 차근차근 법률로, 시민의 단결된 의지로, 살아있는 시민의 선거로 가능하다. 제대로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