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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열린칼럼] 어떤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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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칼럼] 어떤 졸업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2/28 09:57 수정 2017.02.28 09:57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바야흐로 졸업의 계절, 지역 내 각급 학교에서는 졸업식과 학위수여식이 한창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나중에 정승까지 오르게 되는 제자 정탁이 필업(畢業)을 하고 문하를 떠날 때 “뒤뜰에 소를 한 마리 매어 놓았으니 몰고 가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나 뒤뜰에 소는 없고 남명 선생은 “자네는 기가 세고 조급해 자칫 넘어져 다칠까 염려돼 소를 몰고 세상에 나아가라는 것이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 소가 아니고 마음의 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굼뜬 제자에게는 말을, 게으른 제자에게는 닭을, 야심이 많은 제자에게는 염소를, 약삭빠른 제자에게는 돼지 등을 줬다고 한다. 이번에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우리 젊은이들은 스승으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건 그렇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여느 졸업식과는 다른 어떤 졸업식(학위수여식) 이야기다. 이번에 나도 졸업을 하는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 약칭 방송대 학위수여식이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 있는 방송대 부산지역대학(부산캠퍼스) 학사 관할지역에 양산시가 포함돼 있으므로 우리 양산 관내 대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졸업식과 다르다는 것은 졸업생이 청운의 꿈을 품고 사회에 진출하는 풋풋한 20대 초반 젊은이가 아니고 적당하게 곰삭은 40~50대 중장년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20~30대 청년들도 있고 60~70대 어르신들 또한 적지 않다. 이들 학업 동기도 매우 다양하다. A씨는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처럼 배움의 때를 놓치고 생활전선에서 싸우다 검정고시로 중ㆍ고등학교를 마치고 50대 방송대에 입학해 3개 학과를 졸업하고 환갑 나이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70대 B씨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반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방학이 없는 2년 과정 어르신을 위한 중ㆍ고등학교를 각각 졸업하고 방송대에 입학해 재학 중에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C씨는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시작(詩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남편과 자녀들 지원으로 국문학과에 들어와 필력을 연마해 저명한 문학지에 등단했다. 

요즘은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서 자기계발을 위해, 제2의 인생을 가꾸기 위해 많이 들어오는데 못다 이룬 문학 꿈을 이루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은퇴 후 노후 생활 준비를 위해 농학과에 편입하는 이들이 특히 많다. 나도 지금 하고 있는 해설사 업무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관광학과에 편입해 이번에 졸업한다. 

졸업자 60만명과 재학생 15만명을 자랑하는 방송대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입학하기 쉬우면서 가장 졸업하기 어려운 학교가 또한 방송대다. 100명이 입학하면 그 중에 겨우 15~20명 정도가 졸업한다. 방송대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인 40~50대가 직장에서, 자영사업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특수한 환경에서(군인, 외국인, 재소자 등) 제 할 일을 다 하면서 따낸 졸업장은 그래서 말 그대로 ‘빛나는 졸업장’이고 충분히 축하받을 만한 것이다. 

모교 홍보만 잔뜩 한 것 같지만 평생교육 차원에서 우리 시에서 공무원들에게 해당 업무와 관련된 방송대 학업을 어떤 형태로든지 지원해준다든지, 양산시민 졸업자 가운데 선발해 졸업식 때 표창을 한다든지 해준다면 우리 시 홍보도 되고 양산 학생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우리 시가 지향하는 평생학습도시 취지에도 어울릴 것이다. 혹시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긍정적으로 한번 검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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