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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해양산국밥 “우리는 기부 마음도 인수인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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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산국밥 “우리는 기부 마음도 인수인계합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2/28 10:02 수정 2017.02.28 10:02
소문난 맛집 해양산국밥 북정점
국밥 팔아 14년째 장학금 기탁

6개월 삼고초려 끝에 허락받아
2년 전 젊은 부부가 식당 인수

일일국밥 행사, 장학금 기탁 등
조 대표 뜻 이어 장학사업 지속

기부 마인드도 인수인계 할 수 있는가 보다. 국밥 팔아 모은 돈을 14년째 지역학교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식당이 있다. 2년 전 식당 주인이 바뀌었지만 기부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1년여 만에 장학금 기부에 동참했다.


지난 20일 해양산국밥 박진욱(38)ㆍ김혜광(32) 대표가 양산고등학교를 찾았다. 장학금을 기탁하기 위해서다. 해양산국밥을 창업한 조성백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표는 “조성백 대표님이 10여년이 넘게 해 온 기부를 이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양산고 최진운 교장에게 장학금 2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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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산국밥은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특히 맑은 국물의 ‘이놈국밥’과 국밥과 우동을 접목시킨 ‘얼큰우동국밥’은 특허출원까지 한 메뉴다. 해양산국밥은 ‘알아주는 맛집’이라는 것 외에도 소문난 것이 또 하나 있다. 조성백 대표의 지역교육사랑이다.


2004년 개업 때부터 판매금 일부를 지역학교에 장학금으로 꾸준히 기탁해 왔다. 원도심 학교 살리기를 위해 지역 중ㆍ고교 장학후원회를 만들고, 일일국밥 행사를 통한 수익금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쾌척했다. 이 뿐만 아니다. 계산대에 모금함을 설치해 양산부산대 어린이병원을 돕고, 자체 모금도 진행해 소아암골육증을 앓고 있는 양산지역 학생에게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양산국밥 주인이 2년 전 갑자기 바뀌었다. 단골손님들은 아들ㆍ딸한테 식당을 물려줬나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남남이다. 단골손님과 단골식당 사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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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욱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양산에서 근무하다 서울 발령으로 한 때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장인어른 건강이 악화돼 아내와 함께 양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하지만 회사생활로는 정신적ㆍ경제적으로 힘들어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분야 창업을 고민했었다. 그러다 단골식당으로 자주 찾던 해양산국밥이 눈에 들어왔다. 무조건 이 식당을 인수해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냥 무대포로 달려 들었다. 대표님과 사모님을 찾아 삼고초려했다. 매일 찾아 갔다. 자그만치 6개월 만에 허락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만해도 조 대표는 해양산국밥 운영권을 누군가에게 넘겨주겠다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마침 해양산국밥 체인사업을 시작한 터라 몸과 마음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젊은 부부가 찾아와 자꾸 해양산국밥을 한 번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조 대표는 “해양산국밥은 내 전부였다. 14년 전 사업 실패로 큰 좌절을 겪은 후 연고도 전혀없는 양산으로 내려와 국밥 하나로 다시 일어섰다. 소위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도 이뤘다. 그래서 성공을 안겨준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 보답하고자 장학금 기탁도 시작했던 것이다. 뜻밖에 제안과 부탁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젊은 부부 의지가 남달라 보였고, 분점이 아닌 본점을 달라는 발칙함도 대견해 보였다. 이 참에 체인사업에 집중하자는 판단에 인계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 대표가 해양산국밥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땐 것은 아니다. 지분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아직 이 곳에 두고 있다. 운영권을 넘긴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당을 찾아 운영을 돕고 있다. 그래서 종업원 모두 조 대표를 큰 사장님이라 부른다.


김혜광 대표는 “남편도 저도 식당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 대표님께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호되게 혼나기도 했고, 화상에 좌상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상처를 입었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아버지 같은 조 대표님 조언과 도움으로 힘들지만 보람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인수인계 받은 것은 비단 식당 운영권만이 아니다. 조 대표가 10여년간 꾸준히 해 온 지역사회봉사 활동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기부 전통을 잇겠다고 선뜻 나선 것이다.


박 대표는 “단골손님일 때부터 조 대표님 선행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망설임 없었다. 해양산국밥이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일일국밥 행사부터 이어갔다. 계산대 기부금을 모아 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을 돕는 일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양산고 학생뿐 아니라 더 많은 지역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다. 일회성 생색내기가 아닌 꾸준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묵묵한 기부. 이것이 조 대표님께 인수인계 받은 기부 마인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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